아프리카에 '통일벼'를 심는 'K-라이스벨트' 프로젝트에 서아프리카 국가인 시에라리온이 참여하기로 했다. 55개 아프리카 국가 중 9곳에서 한국 쌀이 재배되며 기아 문제 해소에 기여하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6일(현지시간)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서아프리카 대서양 연안의 국가인 시에라리온을 방문 중인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이 줄리우스 마다 비오 시에라리온 대통령과 만나 시에라리온의 K-라이스벨트 참여를 공식화했다고 17일 밝혔다.
지난 6월 재선에 성공한 비오 대통령은 두 번째 임기의 핵심 사업으로 자국 식량위기 극복을 위한 농업 생산성 향상을 추진하고 있다. 이날 정황근 장관과의 면담에서 비오 대통령은 "한국 같은 친구를 찾고 있었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 장관은 비오 대통령에게 "농업을 중심으로 기술과 인적 교류 등 여러 방면에서 시에라리온과 협력하겠다"며 '2030년 부산 세계박람회'에 대한 시에라리온의 지지도 요청했다.
정 장관은 비오 대통령과의 면담을 계기로 헨리 크파카 농업식량안보부 장관과 시에라리온의 쌀 생산성 증진을 위한 K-라이스벨트 협력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이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비오 대통령을 만나 식량안보 협력 확대를 제안한 이후 한 달만에 후속 성과가 가시화됐다.
K-라이스벨트는 아프리카 국가에 한국의 쌀 재배 경험을 공유하고 벼 품종을 공급하는 ODA 사업이다. 정부는 통일벼와 아프리카 품종을 교잡해 만든 개량 품종 ‘이스리6’ ‘이스리7’ 등 다수확 품종을 현지에서 재배해 종자를 생산한 뒤 현지 농민에게 보급할 방침이다. 이 품종의 ha당 벼 수확량은 5~7t으로 아프리카 벼 품종(1.5t)에 비해 네 배가량 생산성이 높다.
당초 K-라이스벨트 프로젝트는 세네갈, 감비아, 기니, 가나, 카메룬, 우간다, 케냐 등 8개국으로 시작됐으나 이번에 시에라리온까지 참여하기로 하면서 참여국이 9개국으로 늘었다.
농식품부는 2027년까지 이들 국가에 43만ha의 쌀 생산 기반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성공적으로 생산되면 예상 수확량은 연 200만t에 이른다. 3000만 명이 1년간 먹을 수 있는 규모다.
정 장관은 "시에라리온은 내전을 겪은 국가를 재건하면서 식량자급 달성을 추진한다는 점에서 과거 한국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며 "이번에 시에라리온이 K-라이스벨트 9번째 참여국이 된만큼, 쌀을 중심으로 농업 협력 기반을 견고히 구축해 한국 농업의 국제 위상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