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던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가 고분양가 우려 속에 적지 않은 미계약이 발생하자 미계약 물량에 대해 선착순 계약을 진행중이다. 미계약 물량이 나오면 통상 한국부동산원의 청약홈을 통해 무순위 청약을 우선 진행하지만 이 아파트는 선착순 계약으로 바로 넘어가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1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의 시행사인 포스트개발이 미분양분에 대해서 선착순 계약을 진행하기로 지난주 결정했다. 총 771가구를 공급하는 이 아파트는 지난달 초 청약에서 총 7828명이 몰리며 흥행에 성공했지만, 정당 계약에서 당첨자 뿐만 아니라 공급물량의 5배에 달하는 예비당첨자도 분양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무순위 청약이 기대됐지만 지난 12일 선착순 동호수 지정 계약을 한다는 공고가 갑자기 떴다.
보통 무순위 청약을 진행하고 난 뒤에도 남아있는 미계약 물량에 대해서 선착순 계약에 나서는 수순을 밟는데 이례적으로 선착순 계약으로 직행한 것으로 보였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시행사는 청약홈을 통한 무순위 청약을 하지 않고, 아파트 홈페이지에 무순위 청약 공고를 잠깐 올린 뒤 내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지난 15일부터 선착순 분양을 진행중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동작구는 비규제지역이기 때문에 반드시 청약홈에서 무순위 청약을 할 필요는 없다"며 "자체 무순위 청약을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청약홈을 통해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다면 미계약 물량이 얼마나 되는지 정보가 공개됐겠지만 이 단지는 자체적으로 무순위 청약 절차를 진행하면서 미계약 물량 정보를 공개할 필요가 없게 됐다. 동과 호수를 지정할 수 있는 선착순 계약을 통해 보다 빨리 미분양 물량을 소진하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지난 15일부터 시작된 선착순 계약은 17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시행사의 기대만큼 빨리 소진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분양업계에서는 771가구 공급에 수백가구가 선착순 계약 대상이라는 얘기도 돌고 있다.
이렇게 미계약 물량이 많은 것은 입지 대비 분양가가 비싼 것 아니냐는 논란이 있어서다.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는 3.3㎡당 평균 분양가가 3963만원으로전용면적 59㎡가 약 10억3100만원, 전용 84㎡는 약 13억9400만원(최고가 기준)으로 책정됐다. 상도역에 더 가까운 상도더샵1차(2007년 준공·1122가구) 전용 84㎡의 최근 실거래가 12억2000만원보다 비싸다. 후분양 단지여서 내년 3월 입주 때까지 잔금을 모두 치러야 하기 때문에 금전적 부담이 큰 것도 미계약의 이유로 꼽힌다.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의 선착순 계약 이후 무순위 청약을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서울에 규제지역은 강남 3구와 용산구 밖에 남지 않았다"며 "앞으로 나머지 지역에서 미계약 물량이 나오면 사업자들은 무순위 청약보다는 선착순 계약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말했다. 수요자들이 원하는 층이나 집을 보장 받을 수 없는 무순위 청약보다는 선택권이 큰 선착순 계약에 더 큰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상돼서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