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세 여성이 파키스탄을 대표해 미인대회에 출전한다는 소식에 자국 내 남성들의 비판이 나오고 있다.
BBC 등 외신에 따르면 파키스탄 국적의 에리카 로빈(Erica Robin·24)은 자국을 대표해 올해 11월 엘살바도르에서 열리는 미스 유니버스 미인대회에 참가한다.
에리카는 지난 9월 15일 몰디브에서 진행된 미스 유니버스 파키스탄 결선에서 5명의 경쟁자를 제치고 미스 유니버스 파키스탄 대표로 선정됐다. 하지만 이 사실이 알려진 후 무시타크 아흐메드 상원의원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평했고, 안와르 울 하크 카카르 총리는 조사를 명령했다는 후문이다. 또한 파키스탄 남성들을 중심으로 온라인에서 신랄한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에리카는 BBC에 "파키스탄을 대표하게 돼 기분이 좋다"며 "하지만 반발이 어디에서 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파키스탄이 후진국이라는 인식을 바꾸고 싶다"면서 참가 의의를 전했다. 이어 "내가 글로벌 무대에서 파키스탄을 대표한다고 해서 어떤 법도 어기지 않는다"며 "나는 그저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CNN과 인터뷰에서는 "미스 유니버스 출전을 통해 여성들의 교육을 옹호하고 자신의 길을 선택할 자유, 또한 남녀 차별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힌두스탄타임즈에 따르면 에리카는 1999년 9월 14일 파키스탄 카라치의 기독교 가정에서 태어났다. 기독교계 여자고등학교에서 교육받았고, 찬디가르에 위치한 국립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있다. 2020년부터 모델 활동을 시작했고, 다양한 해외여행 경험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유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다.
하지만 이슬람교가 국교인 파키스탄에서 에리카의 행보에 부정적인 인식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슬람교에서는 여성들의 신체 노출에 대해 금기시하는 만큼 반발이 더 크다고 분석한다.
파키스탄 정부는 지난 72년 동안 미스 유니버스 대표를 지명한 적이 없다. 이번 선발대회는 두바이에 본사를 둔 유젠그룹(Yugen Group)이 주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파키스탄 내 진보 인사들을 중심으로 응원도 이어지고 있다. 에리카에게 모델 일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파키스탄 출신 모델 바니자 아흐메드는 보이스 오브 아메리카(VOA)와 인터뷰에서 "이 남성들은 '미스터 파키스탄'이라는 국제 대회는 괜찮은데, 왜 여성의 성취를 문제로 삼냐"고 에리카의 행보를 옹호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