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는 일본 차 업체가 꽉 잡고 있는 UAE에서 올 상반기 판매량 3위까지 올라서며 추격전을 벌였다. 전기차 라인업을 갖춘 현대차·기아가 관세 면제 혜택으로 가격 경쟁력을 끌어올리면 일본 차 ‘텃밭’에서도 판세를 뒤집을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현지 판매량 절반에 ‘무관세’
16일 두바이 상공회의소 산하 AMBG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올 들어 8월까지 UAE에서 신차를 1만4286대 판매했다. 전년 동기(1만245대) 대비 39.4% 급증했다.이 기간 시장 점유율도 지난해 7.2%에서 올해 8.4%로 늘었다. 일본 미쓰비시(14.9%→6.5%)를 제치고 3위로 올라섰다. 1위 도요타(31.1%→29.6%), 2위 닛산(14.7%→16%)과는 아직 격차가 있지만 성장세는 가파르다.
이런 ‘맹추격’은 한·UAE CEPA로 더 속도를 얻을 전망이다. CEPA는 상품·서비스 분야 시장 개방이 핵심인 자유무역협정(FTA)에 더해 다양한 분야에서 포괄적 교류·협력까지 강화하는 무역협정이다. 이 협정이 발효되면 한국의 최대 수출품인 자동차에 UAE가 매기고 있는 5% 관세가 10년에 걸쳐 철폐된다. 자동차산업에서 한국과 경쟁하는 일본, 미국, 유럽연합(EU)은 UAE와 무역협정을 맺지 않고 있다. 한국 완성차의 현지 가격 경쟁력이 높아질 기회다.
현대차·기아는 CEPA가 발효되면 UAE에서 판매하는 자동차의 절반가량에서 관세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현대차·기아의 UAE 내 판매량의 약 50%는 한국에서 수출됐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나머지 절반은 인도·인도네시아 등에서 생산돼 UAE로 수출된 것으로 안다”며 “CEPA가 발효되면 한국 생산 물량을 더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시장 ‘중동 특수’ 기대
특히 중동에서 급성장 중인 전기차 시장에서 선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석유 의존 탈피’를 선언한 UAE는 2027년까지 수도인 두바이에서 모든 택시를 하이브리드카 전기차로 교체하고, 2050년까지 모든 교통 부문 탄소배출량을 제로(0)로 낮추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는 UAE 전기차 시장이 2022년 2억5000만달러에서 2026년 6억6000만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현대차는 이미 두바이에 쏘나타 하이브리드 택시를 대량 공급하며 현지 시장의 3분의 2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CEPA가 발효되면 상대적으로 전기차 개발에 뒤처진 일본 업체 대비 다양한 라인업을 갖춘 현대차·기아가 수혜를 볼 가능성이 크다.
KOTRA는 “현대차·기아는 현지 인지도와 점유율이 높아 이를 기반으로 전기차 기술력을 내세울 수 있다”며 “완성차뿐 아니라 2차전지, 전기모터, 감속기 등 전기차 부품과 충전소 인프라 구축 관련 수출 기회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빈난새/김일규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