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취임식에서 깜짝 이벤트를 벌였다. 취임식 도중 사전 예고 없이 단상에서 내려왔다.
유 장관은 16일 정부세종청사 문체부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격식을 차리지 않는다"며 객석으로 내려가 취임사를 시작했다.
유 장관은 "문화란 것 자체가 삶의 방식을 정하고 삶이 쌓여 만들어지는데, 단상이 있는 이런 구조에선 생각이 안 바뀐다"며 "여러분이 문화를 다루려면 고정된 것에서부터 탈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2011년 문체부 장관을 지냈는데, 그 때보다 더 긴장된다고 털어놨다. 그는 "항상 우리 부처 목표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고, 들리지 않는 것을 들리게 하는' 것"이라며 "(문화 분야에선) 보이지 않는 게 보일 때 보람이 있다. 여러분이 보람을 찾을 수 있도록 내가 뒷바라지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 장관은 과거 재임 시절의 반말 논란과 일각에서 제기하는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선 "(당시) 장관을 처음 하다 보니 시행착오를 많이 했고 무조건 정면 돌파했다"며 "1인 시위든 수십명이 하든 그냥 지나친 적이 없다보니 매번 시끄러웠다"고 회상했다.
그는 "어떻게든 친근하게 다가가고 싶어서 그랬던 것"이라며 "해결된 것도 있고, 안된 것도 있지만 그 나름대로 노력의 결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블랙리스트 문제와 관련해서는 "현장에 있는 양심상 그런 짓은 안 했다"며 "'왜 저렇게 반대할까' 미워는 했어도 (지원한) 기록을 보면 다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직원들이 (박근혜 정부 시절 블랙리스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면 좋겠다"며 "이념 문제, 부처 간 이견 갈등, 현장 소통에서 벌어지는 갈등은 세상이 변해도 존재하니 피하지 말고 갈등을 해결하도록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그는 또 "여러분이 끌고 가면 뒤에서 내 역할을 하겠다"며 "최소한 수목금은 세종청사에 있을테니 언제든지 얘기하고 싶은 게 있으면 문을 두드리고 전화해달라"고 말했다.
유 장관은 지난 11일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후 닷새 만인 이날 오전 세종청사에 처음 출근했다. 과거 재직 기간에는 이곳에서 근무하지 않았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