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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만에 되풀이 된 중동전쟁…'폭력의 악순환' 어떻게 멈출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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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의 무력 충돌이 전면전으로 확대되는 모습을 보이자 향후 전쟁 시나리오에 대한 분석이 나왔다. 50년 전 이집트와 이스라엘이 충돌한 제4차 중동전쟁과 닮은 꼴이라는 지적이다. 다만 무력도발의 목적이 확연히 달라서 전황이 수렁에 빠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50년 전 이집트 전술 답습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의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선제 기습공격이 1973년 제4차 중동전쟁(욤 키푸르 전쟁)과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고 보도했다. 욤 키푸르 전쟁을 답습한 하마스의 전략을 감안하면 전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유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1973년 유대교 명절날(욤 키푸르)에 이집트군은 수에즈 운하 건너편에 있는 이스라엘군을 기습 공격했다. 이스라엘의 막강한 방어선인 '바레브 선'을 고성능 수압펌프로 무너트리며 진격했다. 이후 이스라엘군의 공습이 이어졌지만, 이집트군은 이를 미리 대비해놓은 상태였다.

올해 하마스가 전개한 공격도 이와 비슷하다. 이스라엘 축제일에 맞춰 기습 공격을 전개했다. 가자지구 지하에는 하마스 지도부가 머물 수 있는 터널을 갖췄다. 이스라엘군의 전면적인 공습을 대비한 것이다. 50년 전 이집트의 기습 공격을 답습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하마스도 공습을 대비한 뒤 기습을 전개하는 방식은 과거와 유사하지만, 전쟁의 목적이 엇갈린다는 평가다. 과거에는 구체적인 목적(영토)이 제시된 탓에 평화협정이 이뤄졌다. 올해는 제거에 초점을 맞춘 충돌인 탓이 전황이 수렁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절멸을 위한 전쟁
과거 이집트는 이스라엘 정규군과 전면전을 개진할 계획이 없었다. 포린폴리시에 따르면 1970년 취임한 안와르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은 같은 해 이스라엘에 평화협상을 비공개적으로 제안했다. 시나이반도에서 이스라엘군이 철수하는 조건으로 평화협정을 맺자는 제안이었다.

골다 메이어 이스라엘 총리는 이를 거절하자 이집트는 무력도발을 선택했다. 다만 수에즈 운하 인근으로 전장을 한정 지었다. 민간인 피해가 커질 경우 이스라엘의 분노가 거세질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이스라엘이 총력전을 펼칠 경우 평화협정을 다시 제안할 수 없다는 계산이 반영됐다. 이 때문에 욤 키푸르 전쟁의 이스라엘 사망자 2656명 중 대다수는 이스라엘 병사로 이뤄졌다.

구체적인 목적이 정해진 전쟁인 탓에 평화협정도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이스라엘군은 개전 초 막대한 피해를 딛고 이집트군을 궁지에 몰았다. 소련과 미국의 개입으로 정전 협정이 시작되면서 양측은 한발 물러섰다. 무의미한 피해를 늘려서 안 된다는 데에 합의한 것이다.

설욕전을 펼친 이스라엘은 군사적 성과를 통해 전쟁 억지력을 확보했다. 중동 국가가 쉽사리 이스라엘과 전면전을 벌이기 어렵다는 인식을 퍼트렸다. 이집트는 1982년까지 단계적으로 시나이반도를 돌려받았다. 양측의 균형이 성립되자 사다트 대통령이 암살당한 뒤에도 평화협정은 50여년 간 유지됐다.

반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절멸을 목표로 삼았다. 팔레스타인 영토 확장, 경제 개선 등 실현 가능한 목표가 아닌 이스라엘 민족과 사회를 겨냥한 무차별 공격을 우선시하고 있다. 가능한 많은 인구가 밀집한 곳을 공격하고, 민간인을 인질로 잡는 게 목표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에서 타협의 여지가 없는 이유다.

양국의 민간인 피해는 날이 갈수록 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7일부터 9일간 양측의 사망자 수는 4000명을 넘어섰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가자지구의 사망자 중 60%가 여성과 어린이인 것으로 추산됐다. 하마스의 무차별 공격에 이스라엘이 공습으로 맞대응하며 벌어진 비극이다.
이스라엘의 대응은
이스라엘도 하마스 절멸을 선포했다. 지난 15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각료회의에서 "하마스를 부숴버릴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도 "하마스를 뿌리채 제거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를 위해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 지상군 투입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스라엘 정부의 이러한 반응에 우려를 표명했다. 분노에 기반한 대응은 실패한 전략이 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현재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갈등은 조직과 국가의 맞대응에 그치고 있다. 이스라엘이 과잉 대응을 할 경우 시리아, 이란, 요르단 등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중동 국가와의 무력 충돌을 감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경우 국가 단위의 전면전으로 확대된다.



확전이 하마스가 바라던 시나리오라는 분석이다. 하마스는 도발을 시작으로 아랍 민족을 다시 결집 시키려 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중동 지역의 평화 분위기가 고조되자 하마스의 존립이 위태로워졌기 때문이다. 하마스는 줄곧 이스라엘과 주변 아랍 국가의 관계 정상화를 반대해왔다.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무너트리기 위해선 되레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하마스가 무력 도발을 한 명분을 제거하는 것이다. 강경한 보복을 시행하면 팔레스타인만 황폐해지고 하마스는 다른 지역으로 망명해서 테러 행위를 지속할 것이란 주장이다.

샤란 그렌왈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제 게임의 규칙은 유동적으로 변했다"며 "쉬운 길은 폭력의 악순환을 반복하는 것이지만, 오히려 이스라엘이 1977년 사다트 대통령이 이스라엘 의회(크네세트)를 방문했듯이 대담한 관용이 답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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