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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실 기술 10년 만에 수출 성공…매출 20억→200억→1000억 껑충 [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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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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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빅테크 기업이 앞다퉈 데이터센터 고도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엔비디아는 이미 내년 데이터센터 서버용 칩의 전송 속도를 기존 400Gbps(초당 기가비트)에서 800Gbps로 향상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생성형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애플리케이션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다. 여기에 5세대(5G)를 넘어 6G 망 경쟁을 벌이는 통신사들도 고속 전송을 위해 광케이블을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초고속·대용량 데이터 처리 수요가 커지면서 수혜를 보는 곳이 있다. 네트워크 반도체의 '백화점'을 목표로 하는 포인투테크놀로지(Point2)도 그중 한 곳이다.

20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사무실에서 만난 박 대표는 "인류가 데이터를 더 많이 소비할수록 유선네트워크 시장이 더 중요해진다"며 "우리는 반도체를 기반으로 50cm부터 40km까지 다양한 통신선 솔루션을 갖춘 '네트워크 반도체 시장의 백화점'이 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마벨 개발자와 KAIST 교수의 의기투합
포인투테크놀로지는 박 대표와 '5번 교내 창업'을 성공시킨 배현민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가 공동 설립한 회사다. 두 사람은 서울대 전기공학부 92학번 동기 사이다.

대학 졸업 후 미국 워싱턴주립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박 대표는 교수의 길 대신 기업을 선택했다. 그는 미국 통신용 반도체 회사 마벨에서 2003년부터 2013년까지 일하며 무선통신 개발 총괄을 맡아, 400여명의 연구 인력을 지휘했다.

박 대표는 친구인 배 교수와 함께 "새로운 기술로 한국에서 창업하고 싶다"는 얘기를 자주 나눴다. 그가 창업 생태계에 발을 들여놓은 건 2013년이다. 배 교수가 2010년 설립한 테라스퀘어의 최고기술책임자(CTO)로 합류해 전력 소모를 획기적으로 낮춘 통신용 반도체 등을 성공적으로 개발하며 2015년 9월 미국 상장사 긱옵틱스에 회사를 매각하는 데 성공했다. 두 번째 그가 CEO를 맡아 창업한 것이 포인투테크놀로지다.
구리선·광섬유 단점 해결한 차세대 통신선
초고속·대용량 데이터센터 시대를 내다본 박 대표와 배 교수는 일찌감치 서버와 네트워크 장비를 연결하는 도체 네트워크선의 '대안'을 고민했다. 박 대표는 "초고속 데이터센터에선 구리선은 아예 쓸 수가 없고 광섬유는 너무 비싸서 못 쓴다"며 "대안은 부도체선"이라고 말했다.

구리선과 광케이블의 단점을 모두 해결한 새로운 부도체 기반의 유선통신 케이블 'E 튜브'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부도체인 플라스틱 선을 따라 전파를 보내는 방식이다. 공기보다 상대적으로 밀도가 높은 플라스틱선 내부로 전파가 흐르는 '도파관 원리'에 착안했다. 플라스틱 선 양 끝에 부착된 안테나로부터 받은 전파를 주문형 반도체가 처리하게 된다.


도체인 구리로 전류를 흘려보내는 방식은 400Gb 이상 초고속 통신은 구현하기 어렵다. 전기 신호를 빨리 보낼수록 전류와 반대로 흐르는 자기장·전기장이 거세지고, 도체 면적이 줄어 겉으로만 전류가 흐르는 '표피 효과'가 생겨서다.

데이터 전송 속도를 초당 800Gb 이상 높이면 기존 구리선으론 데이터를 1미터밖에 전송하지 못한다. 데이터 서버간 거리가 3~5미터라 구리선은 '무용지물'이 된다. 광통신은 대용량 데이터 전송이 가능하지만 구리선보다 5~10배 비싸 가격이 부담이다.
연구실 기술, 10년 만에 상용화
2013년 KAIST 연구실에서 시작한 기술은 올해 첫 수출하기까지 10년이 걸렸다. 현재 E 튜브 개발팀장을 맡은 송하일 박사가 그즈음 쓴 논문에서 비롯됐다. E튜브는 최근 양산에 들어갔다. 포인투테크놀로지가 주문형 반도체를 제공하면, 몰렉스 폭스콘 등 글로벌 통신케이블 회사가 이를 적용한 통신선을 아마존 엔비디아 등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빅테크에 납품하는 방식이다.

E튜브는 800G·1.6T·3.2T 속도로 서버와 네트워크 장비 간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 또 구리선보다 80% 가볍고 부피는 40% 적고, 광케이블보다 전력 소모 및 비용이 50% 저렴하다. 가볍고 부피가 작아 자율주행 및 전기자동차 내의 핵심부품으로도 떠오르고 있다. 박 대표는 "전기차 내 구리선을 플라스틱선으로 교체하면 5~10% 효율이 향상된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무선통신 반도체, 안테나 기술, 관련 부품을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커넥터, 저비용 고효율의 플라스틱선을 만드는 케이블 기술까지 현재 39개 특허가 등록된 상태로 다른 기업이 이를 다 개발하려면 4~5년은 소요될 것"이라며 기술력을 자신했다.
'진짜 5G' 가능해진다
포인투테크놀로지의 또 다른 핵심 제품은 광통신용 반도체 칩 '레인지 익스텐더'다.

5G 통신에서 빛이 퍼져서 가는 분산이 심해져 최대 전송 거리가 15km 수준으로 축소된다. 이에 포인투테크놀로지는 광섬유의 분산을 보상해 40km 범위에서 25G 속도로 전송할 수 있는 분산 보상 기술(EDC) 엔진을 독자 개발해 2016년 특허도 출원했다.

분산 보상 기술은 파도의 원리에 착안한 천재 수학자 버거의 비선형적 모델을 바탕으로 했다. 해안가에 가까울수록 지면과 충돌하며 위로 높게 쏟아지는 파도처럼 고속 통신에서도 1이 0보다 먼저 도착해 신호 품질이 떨어지는데, 이를 비슷하게 도착할 수 있도록 보상한 기술이다.

통신사 입장에선 '진짜 5G'를 구현하기 위해 기존 땅 밑에 깔아놓은 광케이블을 재구성할 필요 없이, 포인투테크놀로지가 개발한 칩이 들어간 광 모듈을 네트워크 장비에 꽂기만 하면 된다.

이미 SK텔레콤은 국내 광 모듈 제조사 오이솔루션과 포인투테크놀로지와 공동으로 광통신망의 고속 전송 검증을 완료했다. 전 세계 광 모듈 1위 기업 루멘텀도 내년부터 레인지 익스텐더 칩을 채택할 예정이다.
20억→200억→1000억 매출로
현재 포인투테크놀로지의 주력 제품은 데이터센터용 E 튜브와 광통신용 레인지 익스텐더 2가지다. 사업자의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높은 이익률을 올리고 있다.

올해 E뷰트 양산에 들어간 포인투테크놀로지는 20억원 매출을 거둘 예정이다. 하지만 내년엔 10배가 넘는 매출 성장세를 예상한다. 전 세계 광 모듈 시장의 20%를 차지하는 1위 기업 루멘텀이 포인투테크놀로지의 레인지 익스텐더 칩을 사용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내년 200억원, 2025년 1000억원 매출을 예상한다"며 "5년 뒤 매출 4000억원을 돌파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10년 버틴 '집념'...초기 멤버 그대로
포인투테크놀로지는 법인 설립은 2014년에 했지만 2016년 미국으로 본사를 이전하며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했다. E튜브에 들어가는 무선통신 칩셋 개발은 2019년에 거의 끝났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 확산하면서 3년 가까이 제품화가 연기됐다.

KAIST 출신 연구팀은 물론 박 대표와 함께 일했던 마벨 출신 개발자들도 합류했다. 40여명의 연구 인력은 전부 서울에 있고, 미국 본사엔 세일즈 마케팅 관리 인력만 두고 있다. 꽤 오래된 스타트업이지만 직원 이탈이 거의 없다. 박 대표는 "유선 네트워크는 무선 네트워크보다 100배 큰 시장"이라며 "유선 네트워크 기술의 미래에 대한 비전과 집념이 있는 팀원들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이직률이 거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포인투테크놀로지는 설립 초기부터 미국 본사를 기업공개(IPO)하는 '쿠팡식' 상장을 염두에 두고, 미국 벤처캐피털(VC)로부터 투자받았다. 박 대표는 알고 지내던 월든인터내셔널과 삼성 출신 브라이언 강 대표가 이끄는 실리콘밸리 기반 VC 노틸러스가 2017년 시리즈 A 투자에 참여했다.

지난해 5월 국내외 VC로부터 2200만달러(약 280억원) 규모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했다. GU 에쿼티파트너스가 주도했으며 고객사인 몰렉스가 참여했다. 세계적인 자동차 부품업체로부터 추가 라운드를 진행 중이다. 회사는 2026년 상장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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