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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의 무장정파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에 대한 지상전을 연기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이스라엘 군당국자를 인용, 이스라엘군이 당초 주말에 가자지구에 진입하려 했지만 기상 조건 악화로 최소한 며칠 정도 작전을 미뤘다고 전했다. 날씨가 흐려 이스라엘 전투기와 드론 등이 지상군을 엄호하기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NYT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번 지상전에 수만 명의 병력을 투입해 하마스의 지도부를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병력 규모로는 2006년 이후 최대다. 당시 레바논의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군인을 납치하자 이스라엘은 레바논의 헤즈볼라 근거지를 대대적으로 공격했다. 34일간 벌어진 전쟁에서 레바논인 1000여명, 이스라엘인 150여명이 숨졌다.
하지만 이번 작전은 국경 지역에서 벌인 헤즈볼라와의 전쟁과 달리 시가전 형태로 진행된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도심과 지하 터널에서 장기전을 벌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마스는 가자지구 좁은 골목에 각종 폭발물을 숨겨놨을 가능성이 크다. 또 미로 같은 지하 터널을 수백마일 구간으로 파놓고 그 안에 각종 지뢰나 함정을 설치해 놓았다. 터널에서 갑자기 튀어나와 이스라엘군을 뒤에서 공격할 수 있다.
이스라엘 군 전문가인 야콥 카츠는 "이스라엘군은 가능한 한 터널 안에 들어가는 것을 피하고 대신 폭발물을 떨어트려 터널을 먼저 없애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마스는 납치한 이스라엘 인질이나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이용할 개연성도 있다. 가자지구 내 3만명 안팎으로 추정되는 하마스 대원과 민간인의 구분은 쉽지 않다.
길르앗 이스라엘군 예비역 소장은 "이스라엘 군이 인질의 존재를 고려해야 한다"면서 "뭔가 명확한 행동을 하지 않으면, 더 힘든 문제들을 마주하게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상군 투입으로 민간인 피해가 커지면 비판 여론이 커질 수 있는 점도 이스라엘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BBC는 "이스라엘이 서방국가들로부터 지지를 받으며 하마스와 전투를 하고 있지만 민간인 사상자가 늘어나면 이런 지지가 약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NYT는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격퇴하면 요르단강 서안지구처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가자지구를 통치하게 할 지 등을 포함해 가자지구 운영에 대한 문제도 걱정거리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