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중소기업들이 자금난으로 한국은행에 저금리 대출 지원을 요청한 금액이 40조원을 넘어섰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으로 자금 수요가 커지는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자금조달 여건은 악화됐기 때문이다.
13일 한국은행이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9월 지방 중소기업의 한은 금융중개지원대출 신청 규모는 41조5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년간 신청액 29조5363억원을 한참 넘어섰다.
이 제도는 지방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자금을 원활하게 공급하기 위해 시중은행이 기준금리보다 낮은 수준의 금리로 대출해주도록 설계됐다. 주로 지역 전략산업이나 경기 부진 업종 등을 대상으로 저금리 대출이 이뤄진다.
3분기까지 41조원을 돌파한 올해 대출 신청 규모는 역대 최대 수준이다. 최근 10년 사이 신청액이 최대였던 2018년 32조7196억원보다도 10조원 이상 많다.
기업 운전자금 등 대출 수요가 커지는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중 대출 금리가 오르자 저금리 대출 지원 프로그램에 신청이 몰린 것으로 파악된다. 한은이 2020년부터 작년 9월까지 19조원 규모로 운영한 ‘코로나19 자금지원대출’이 종료된 뒤 해당 제도로 대출을 받던 수요자들이 지방 중기 대출지원제도로 이동한 것도 영향을 줬다.
문제는 한은이 이 같은 대출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은은 1994년 이 제도를 만든 이후 2014년 9월부터 5조9000억원을 지원 한도액으로 설정했다. 올해 대출 신청액의 14.4%만 지원할 수 있다.
한은 15개 지역본부별로 대출 신청액 대비 지원 한도를 보면 광주전남본부가 10.2%로 가장 낮았다. 울산(10.7%), 경남(12.9%), 대전·세종·충남(13.2%) 등도 신청액이 지원 한도를 크게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의원은 “고금리 장기화로 지방 중소기업의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지원 한도 확대 등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출지원제도를 확대하기 위해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의결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한은 관계자는 “지방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해 저금리 대출을 확대하게 되면 부채 축소를 유도하려는 정책과 상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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