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자금난이 현실화하면서 한국은행에 저금리 대출 지원을 요청한 금액이 40조원을 넘어섰다.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시중금리가 오르면서 한은의 지원 여력의 7배에 가까운 규모까지 치솟았다. 지방을 중심으로 연쇄 부실이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한국은행이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9월 한은의 지방중소기업 대상 금융중개지원대출 신청 규모는 41조5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년 간 신청액 29조5363억원을 9개월만에 40% 가까이 초과한 것이다.
이 제도는 지방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자금을 원활하게 공급하기 위해 시중은행이 기준금리보다 낮은 수준의 금리로 대출을 해주도록 설계됐다. 주로 지역전략산업이나 경기부진업종 등을 대상으로 저금리 대출이 이뤄진다.
3분기만에 41조원을 돌파한 올해 대출 신청 규모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지난 2020년 23조1231억원, 2021년 22조1723억원 등에 비해 두배 가까이 많다. 최근 10년 사이 신청액이 가장 많았던 2018년 32조7196억원, 2019년 30조8440억원보다도 10조원 가량 늘었다.
기업들의 운전자금 등 대출 수요가 커지는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중 대출 금리가 오르자 저금리 대출 지원 프로그램에 신청이 몰린 것으로 파악된다. 2020년부터 작년 9월까지 운영한 '코로나19 자금지원대출' 제도가 일몰된 후 해당 제도로 대출을 받던 수요자들이 지방중기 대출지원제도로 이동한 것도 영향을 줬다.
문제는 한은이 이같은 대출 수요를 모두 지원해주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은은 1994년 이 제도를 만든 이후 2014년 9월부터 5조9000억원을 지원 한도액으로 설정해왔다. 올해 대출 신청액(41조59억원)의 14.4%만 지원이 가능한 것이다. 한은 15개 지역본부별로 지원 한도 대비 대출신청액 비율을 보면 광주전남본부가 10.2%로 가장 낮았다. 울산(10.7%), 경남(12.9%), 대전세종충남(13.2%) 등도 지원 한도를 크게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고금리 장기화로 지방 중소기업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지원한도 확대 등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출지원제도를 확대하기 위해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의결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한은 관계자는 "지방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저금리 대출을 확대하게 되면 부채축소를 유도하려는 정책과 상충할 수 있다"며 "두가지 측면을 모두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