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서 이르면 내년 초 신설 예정인 우주항공청에 연구개발 권한을 부여할 지 여부를 두고 여야간 격한 고성이 오갔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인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우주개발과 관련해 국제 협력이 필수적인 시대에 연구개발 기능을 우주청에 부여하지 않으면 우주청은 동사무소와 같은 조직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 역시 "상당한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거들었다.
과방위는 지난 5일 안건조정위원회를 열고 우주청이 연구개발 과제를 직접 수행하는 것을 제외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또 국방부 외교부 등 우주와 관련된 핵심 부처 간 업무 조율 능력이 없는 과기정통부 차관급 외청으로 우주청을 출범시키기로 했다. 안조위 여당 간사는 박 의원, 야당 간사 겸 위원장은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맡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누리호 개발 주역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우주청에 흡수하지 않고 별도로 존치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안에 따르면 우주청은 300여 명 규모로 200여 명은 연구직, 100여 명은 행정직으로 구성한다.
조 의원은 항우연을 별도로 두고 우주청에 연구개발 기능을 부여하는 것은 옥상옥이라며 비판해왔다.
우주청에 연구개발 기능이 필요한데 조 의원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취지의 당정 의견이 이어지자 조 의원은 "항우연과 우주항공청은 통합해 출범해야 한다는 취지로 (우주청 연구개발 기능 제외를) 얘기한 것"이라며 "R&D 기획이나 임무 설계를 하지 말란 뜻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 발언에 대해 박 의원이 이의를 제기하자 조 의원은 "나를 거짓말쟁이로 만드는 것이냐"라며 목소리를 높였고 박 의원도 지지 않고 응수했다. 결국 장제원 과방위 위원장이 진화에 나섰고 이후 국감은 정회됐다.
조 의원은 항우연에 대해 40일 넘게 이뤄지고 있는 과기정통부의 특정감사를 두고 배경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현장 과학기술자들로 이뤄진 항우연 노동조합은 우주청이 국방·외교 기능을 제외한 과기정통부 차관급 외청으로 출범해선 절대 안 된다며 이 장관 등의 사퇴를 요구해왔다.
이종호 장관은 "항우연, 한국천문연구원과 중복을 피하고 서로 협력해서 연구할 수 있게 우주청을 설계하겠다"고 밝혔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