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핵심 성장동력인 배터리 기술이 특허 심사를 통과하는 데 건당 약 520일(17.4개월)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허청의 인력 공백으로 심사 기간이 길어져 한국 기업들이 첨단 기술 분야에서 해외 경쟁사에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사진)가 특허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특허 심사 평균 소요 기간은 건당 약 480일(15.8개월)이었다. 약 330일(10.8개월)이 걸린 2019년에 비해 45%가량 늘었다.
특히 국내 주요 첨단기술 품목인 배터리 관련 특허 심사를 담당하는 ‘화학생명심사국’에서 적체 현상이 두드러졌다. 화학생명심사국에서 한 특허 심사 소요 기간은 건당 약 520일이다. 중국 1위 배터리 회사인 CATL이 최근 자국에서 기술 특허 심사를 39일 만에 끝낸 것과 비교하면 약 12배 느리다.
국내 특허 심사가 늦어지면 해외 특허 심사까지 지연돼 기술 경쟁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에서 특허 결정이 나면 해외에서도 빠르게 심사받을 수 있는 특허심사하이웨이(PPH) 제도를 활용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국내 특허 심사가 길어지는 주된 원인으로는 ‘인력 부족’이 거론된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심사관 한 명이 처리한 특허 심사는 약 184건이었다. 지난 4년간 매년 평균 195건을 처리했는데 8개월 만에 그에 육박하는 심사를 처리한 것이다.
열악한 처우로 심사관 정원도 채우지 못하고 있다. 2023년 특허청 채용공고문에 따르면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 심사를 담당하는 전문임기제 나급 심사관 연봉은 최소 약 5300만원에서 최대 약 5800만원이다. 미국 특허청에서 통상 초임 심사관에 해당하는 GS7 등급의 연봉은 최소 8200만여원(약 6만1000달러)에서 최대 1억600만여원(약 7만9000달러)이다. 이 때문에 국내 특허심사관은 10년 가까이 두 자릿수 결원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8월까지 결원 수가 각각 48명, 47명에 달했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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