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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통계 조작보다 더 무서운 신화 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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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통령선거 때마다 현지 경제 매체에 나오는 단골 기사가 있다. 1926년부터 현재까지 공화당과 민주당 집권 시기 S&P500지수 상승률을 비교하는 흥미성 기사다. 내용은 늘 비슷하다. 평균적으로 민주당 대통령 때 주가 상승률이 공화당 대통령 때보다 높다는 것이다. 기사는 팩트다. 그렇다고 미국의 투자자 중 이 기사를 진지하게 읽는 사람은 없다. ‘드디어 민주당이 재집권했으니 주식 보유 비중을 늘리자’고 주장하는 운용사나 자문사는 더더욱 없다.

이유는 정권과 주가 상승률 사이 인과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굳이 원인을 따지자면 세계 경제가 좋을 땐 민주당이, 안 좋을 땐 공화당이 집권하는 경향이 많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선거가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 경제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란 뜻이다.
진보 정권이 경제 잘한다는 文
이 기사를 상기시킨 건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평화는 경제”라며 주장한 진보 정권 우월론이다. 문 전 대통령은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대북 유화정책을 폈던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권 때 모든 경제 수치가 보수 정권 때보다 좋았다고 주장했다. 1인당 국민총소득,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 경제성장률, 물가, 환율, 무역수지, 외환보유액, 주가지수 등 웬만한 경제 수치를 모두 언급했다. 그러면서 “경제는 보수 정부가 낫다는 조작된 신화를 깨야 한다”고 했다.

잠시 팩트 체크 본능이 꿈틀했지만 굳이 하지 않았다.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해서다. 복잡다기한 경제 현상을 대북 정책 하나로 설명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지 않는가.

특정 시점의 경제 규모와 무역수지, 외환보유액, 재정건전성은 대북 정책과의 관계가 매우 적을 뿐 아니라 이번 정권만의 작품이 아니다. 십수 년 혹은 수십 년의 정책적 선택과 기업·국민의 경제 활동이 축적된 결과다. 상대적으로 단기 변동성이 큰 환율과 금리, 물가, 주가 수준은 사실 미국 통화정책의 종속 변수다. 문재인 정부는 수십 년을 이어온 미국 중앙은행(Fed)발(發) 초저금리 시대의 마지막을 즐겼을 뿐이다.
인과관계 왜곡한 또 하나의 선동
문 전 대통령은 1인당 국민총소득이 2021년 3만5000달러에서 지난해 3만2000달러대로 떨어졌다면서 “환율 때문이라고 하지만 환율이 높아졌다는 것 자체가 우리 경제에 대한 평가가 나빠졌다는 걸 뜻한다”고 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9월 고점을 찍었지만 정권 교체(5월) 전인 지난해 초부터 빠르게 올랐다. Fed가 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시점과 일치한다. 환율 급등의 원인은 한국의 정권 교체가 아니라 세계 금융 시장의 ‘체제 변화(regime change)’ 때문이라는 뜻이다.

문 전 대통령은 진보 정권 우월론을 주장하며 자신을 슬그머니 김대중·노무현 정부와 같은 반열에 올려놨다. 김대중 정부는 정보기술(IT) 산업의 기틀을 마련했다. 노무현 정부는 지지층 반대를 무릅쓰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국민연금 개혁을 성사시켰다. 과도 많지만, 보수층도 인정하는 공도 적지 않다.

반면 문재인 정권은 노무현 정부가 실패한 부동산 정책을 이어받아 집값을 또 폭등시켰고, 족보도 없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밀어붙여 취약계층만 더 힘들게 했다. 그리고 정책 실패를 덮기 위해 통계를 조작했다. 이제는 통계 조작보다 더 무서운 신화 조작까지 시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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