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무력 충돌이 격화한 가운데, 증권가에선 '오일쇼크' 재현보다 이란 공급차질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란이 하마스 배후로 지목된 만큼 이란에 대한 통제 강화 추세를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앞서 유대 안식일인 지난 7일 새벽 하마스는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했다. 이스라엘은 곧바로 보복 폭격에 나섰고 그 여파로 산유국들이 모여 있는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됐다. 가자지구와 이스라엘 양측에서 발생한 사망자는 현재까지 약 1500명으로 추산된다.
이날 최진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바이든 행정부는 상황이 급하게 돌아가자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을 위해 미국 해군 제럴드 포드 항모전단을 급파했다"며 "이를 두고 일각에선 범아랍권의 원유 수출 보복(1차 오일쇼크)을 불러온 1973년 10월 욤 키푸르 전쟁(4차 중동전쟁)과의 유사성을 강조하면서 유가 폭등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정치적 방향을 예단하기는 어려워도 현 상황만 놓고 보면 과거와는 큰 차이가 있다고 최 연구원은 설명했다. 그는 "아랍권 맹주인 사우디는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를 논의 중으로 범아랍권의 전쟁 개입은 없는 상황"이라며 "사우디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인권 탄압이 지금의 결과를 낳았다고 비난하면서도 양측이 자제하길 바란다며 협의를 이어가겠다는 중립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란도 하마스를 지지하고 있지만 그들의 공격은 자율적이었다면서 선을 긋는 모습"이라고 부연했다.
최 연구원은 일각의 우려에서와 같이 '오일쇼크' 재현보단, 이란에 대한 원유 수출 통제 강화 가능성을 더 큰 문제로 꼽았다. 이란의 원유 공급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는 "그간 바이든 행정부는 유가 안정을 위해 이란의 중국향 원유 수출을 암묵적으로 용인했다. 이란의 원유 수출량은 트럼프의 이란 핵합의 탈퇴 선언 이래 최고치를 경신하는 중"이라며 "미국 공화당과 이스라엘 내부에선 직접적인 개입을 막론하고 배후에 이란이 있다면 이들의 원유 수출 경로를 추적해 틀어막아야 한다면서 바이든 행정부를 압박하고 있다"고 밝혔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란 측이 그동안 하마스를 지원해 온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는 아직 직접적인 개입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빡빡한 공급 환경 속에서 확장세를 이어온 이란산 원유가 다시 갈 곳을 잃는다면 시장은 공급부족 문제를 재반영할 수밖에 없고, 그동안 시장에서 기대했던 핵 협상도 난항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게 최 연구원의 분석이다.
지난 8일 MENA 기후 변화 회의(제다)에 참석한 사우디 에너지장관은 시장 상황에 따라 언제든 추가 조치가 가능하지만 결정이 늦어지더라도 수급과 적정가격에 근거한 기존 접근 방식은 고수할 것이라 밝혔다. 이와 관련 최 연구원은 "사우디의 결정이 미적지근한 가운데, 이란에 대한 수출 통제 강화 가능성은 계절성 후퇴에 따른 유가 하방 리스크를 일부 상쇄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1차 오일쇼크 재발 가능성은 제한적이지만 이란에 대한 원유 수출 통제 재강화와 이란 핵 협상에 대한 기대감이 후퇴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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