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납세자로 선정돼 세무조사 유예, 은행 금리 우대 등 각종 혜택을 누린 뒤 탈세 등으로 적발된 ‘불량납세자’가 최근 7년간 148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은 이런 불량납세자를 잡아내고도 즉각 모범납세자 자격 박탈을 하지 않아 수개월간 각종 혜택이 유지된 것으로 파악됐다.
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모범납세자로 뽑힌 뒤 체납과 탈세 등으로 자격을 박탈당한 사람은 총 148명이었다. 자격 박탈 사유로는 국세체납이 60명(40.5%)으로 가장 많았다. 소득신고 누락(38명), 거짓 세금계산서 수수(19명) 등이 뒤를 이었다. 탈세 등에 따른 조세범처벌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모범납세자도 8명이었다.
국세청은 매년 1000여 명을 모범납세자로 선정해 정부 표창을 수여하고 있다. 모범납세자는 최대 3년간 세무조사를 유예받을 수 있고, 정기조사 시기도 선택할 수 있다. 세금 납부 기한을 연장할 때는 최고 5억원 한도 내에서 납세담보 제공이 면제된다. 시중은행 10곳 등에서 대출금리를 우대받고, 신용보증 시 우대도 있다. 공항 출입국 때에는 전용 휴게 공간과 검색대 등 VIP 혜택을 받는다.
하지만 모범납세자의 2%가량이 매년 탈세 등으로 적발되는데도 국세청의 자격 박탈 조치가 신속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올해는 지난달에야 협약 기관에 모범납세자 취소 명단을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5개월간 모범납세자 자격 박탈자가 여전히 관련 기관·기업 등에서 각종 우대 혜택을 받고 있었다는 얘기다.
SGI서울보증에 따르면 실제 2017년부터 올해까지 모범납세자 박탈자에게 보험료 할인 등을 제공한 사례는 23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신용보증기금도 이들에게 보증심사 우대를 제공했다.
송 의원은 “현재의 국세청 모범납세자 제도는 부적합한 대상자 선정과 배제자 늦장 통보 등 제도의 운영과 관리 측면에서 총체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