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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채금리 급등에 취약한 韓 증시…'완충장치'가 없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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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시가 미국 국채 금리 상승에 가장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제 유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재발 우려가 본격 제기된 지난 7월 중순 이후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불과 2개월 반 만에 1.1%포인트 급등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10%, 코스닥지수는 15% 넘게 급락했다. 하락폭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특정국 증시가 미 국채 금리 같은 대외가격변수에 얼마나 잘 버틸 수 있는가는 캐나다 중앙은행이 개발한 금융스트레스지수(FSI)로 파악한다. 물리학의 피로도 개념을 응용한 FSI의 핵심은 완충능력에 있다. 한국 증시가 미 국채 금리에 취약하다는 것은 고금리 완충장치가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

첫째, 경제주체를 가릴 것 없이 부채가 너무 많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는 108.1%, 기업부채는 124.1%로 위험 수위를 넘어선 지 오래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가채무 증가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GDP 대비 절대 수준도 IMF의 수정된 개념상 위험 수준인 60%에 근접했다.

더 우려되는 것은 국내 금융사들이 마치 유행처럼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크게 늘린 달러 레버리지 부채다. 만기가 집중 도래하는 시기에 고금리와 맞물리면서 ‘수요 파괴’까지 일고 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날 때는 리스케줄링과 투자자산 처분이 어렵다. 처분하더라도 국내 금융사처럼 중후순위로 상환 순위가 밀려난 조건에서는 회수하기가 어렵다.

둘째, 펀더멘털 면에서 저성장 고착화가 우려될 정도다.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은 아시아 4룡 가운데 마지막 남은 대만에 추월당했다. 올해 성장률은 일본에 역전당할 ‘제2의 경술국치’에 몰리고 있다. 경술국치란 1910년 8월 29일 일제에 의해 우리 국권이 상실된 치욕적인 사건을 말한다.

단순생산함수(Y=f(L,K,A), L=노동, K=자본, A=총요소생산성)로 추정한 중장기 성장 기반은 더 취약하다. 노동 섹터는 저출산·고령화로, 자본 섹터는 해외 위주의 신규 투자로 국내 투자가 낮은 자본장비율(K/L)과 토빈q비율로, 총요소생산성 섹터는 각종 입법 규제와 부정부패 등으로 이르면 2025년부터 1%대 성장률도 어려운 것으로 나온다.

셋째, 쌍둥이 적자가 우려된다. 올해는 재정적자 폭이 의외로 커질 가능성이 높다. 세수는 저성장과 직전 정부와의 정책 단절에 따른 금단 효과 등으로 결손이 크다. 지출은 하방 경직성에다 거대 야당이라는 입법적 한계로 재정준칙 도입마저 늦어지면서 세수 감소폭 이상으로 감축하기 어렵다.

경상수지는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적자가 우려될 정도로 흑자 규모가 감소하고 있다. 질적인 면에서도 상품수지는 수출 증가보다 수입 감소가 더 큰 불황형 흑자로 종전과 다르다. 상품외 수지는 국내 유입보다 해외 유출이 더 많은 공동화 적자까지 누적되고 있어 고금리 완충능력은 더 떨어진다.

넷째, 포트폴리오 지위가 정체돼 있는 것도 문제다. GDP 규모, 무역액, 시가총액 등으로 평가되는 실물경제 위상은 세계 10위권이다. 하지만 세계채권지수(WGBI), MSCI 지수 등으로 평가되는 포트폴리오 지위는 신흥국이다. 두 위상 간 괴리에 잠복한 위험은 미국 국채 금리 상승과 같은 대외가격변수 불안기 때 노출된다.

다섯째, 극한 상황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은 고금리 충격을 가중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부결 건수를 제안 건수로 나눠 백분화한 여야 간 갈등지수는 국회 역사상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텍스트마이닝 기법으로 주요 현안에 대한 여야 의원 간 어조지수를 보면 우리 경제가 어려운 때일수록 더 높게 나온다.

여섯째, 한국 증시의 투자환경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디스커버리, 라임, 옵티머스 사태 책임자들이 여전히 대형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꿰차고 있는 가운데 한국을 상징하는 금융사에서는 수천억원대 횡령 사건이 터지고 있다. 테라, 루나 등 불법 코인 사태 주범들의 행방은 묘연하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유용성 논란이 있지만 늦었다 하더라도 국정 아젠다는 반드시 제시돼야 한다. 한국 경제가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가 명확해야 대외, 거시경제, 산업, 기업, 노사, 세제, 부동산 등 세부 분야별 정책 수립과 평가가 가능하다. 못살 때는 허리띠만 졸라매면 됐지만 최근처럼 다원화한 시대일수록 국정 아젠다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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