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텃밭인 부산 해운대에서 3선 국회의원을 지낸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내년 총선에서 서울 지역 출마를 선언했다. 국민의힘에서 텃밭을 포기하고 서울 및 수도권에 도전하기로 한 건 하 의원이 처음이다. 여야 모두 지도부 및 중진 의원들을 향한 ‘험지 출마론’이 다시 고개를 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하 의원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어 “내년 총선에서 고향 해운대를 떠나 서울에서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새로운 도전을 꿈꾸는 신인 정치인이 많이 들어와야 정치도 발전할 수 있다”며 “우리 당 총선 승리의 밀알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구체적인 지역구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유세 도중 기자들과 만나 하 의원의 서울 출마 선언에 대해 “하 의원의 결단을 높이 평가한다”며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서울 쪽에 당에서 지정하는 곳에 출마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밝혔다.
하 의원은 부산 해운대갑에서 내리 3선을 한 중진이다. 하 의원은 일찌감치 서울 출마를 놓고 당 지도부와 교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 의원이 당내 주류 인사가 아닌 만큼 보수 텃밭인 영남권에서 공천이 어려울 것이란 판단에 서울 출마로 정치적 활로를 모색했다는 해석도 있다.
당내에선 지도부 핵심 인사와 서울 강남 및 영남권의 3선 이상 의원들을 향한 ‘수도권 차출론’이 재점화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특히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30%대 박스권에 갇히면서 이런 요구가 거세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국민의힘의 한 중진의원은 “험지 차출이 쇄신의 이미지는 줄 수 있지만, 중진이라는 이유로 무작정 험지로 가는 것이 전체 선거에 도움이 되는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제 양당의 혁신경쟁이 시작되는 것 같다. 총선은 결국 인물 경쟁, 혁신 경쟁이고, 혁신은 현역의원들의 기득권 내려놓기와 연결될 수밖에 없다”고 썼다. 민주당에선 서울 중·성동갑에 출마해 이후 내리 3선을 한 홍익표 원내대표가 지난해 민주당 약세 지역인 서울 서초을로 지역구를 옮긴 바 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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