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의 자립화를 돕기 위해 2조원을 지원하고도 일본을 포함한 특정 국가에 대한 수입 의존도는 줄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핵심 품목이자 일본의 3대 규제 품목(불화수소·플루오린 폴리이미드·포토레지스트)에 대한 수입은 주요 3개 국가가 90% 이상을 차지했다.
8일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소재부품수급대응 지원센터는 2019년 7월 설립 이후 올해 6월까지 소부장 기업에 2조2009억원을 지원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가 시작된 2019년(1조5473억원)과 2020년(5536억원)에 지원이 집중됐다. 지원 항목별로는 대출 만기 연장에 1조3551억원이 쓰였고, 자금 지원 등 유동성 확대 7900억원, 수입처 확보 지원 477억원이 지원됐다.
지원센터는 2019년 7월 일본의 수출 규제로 피해가 예상되는 국내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됐다. 한국 대법원이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내리자 일본 정부가 보복 조치로 세 품목에 수출 규제를 내릴 때였다. 문재인 정부는 이 센터를 통해 ‘소부장 자립화’를 돕겠다고 강조했다.
소부장 수입액 가운데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18.3%에서 지난해 15.9%로 소폭 감소했다. 다만 주요 세 국가에 대한 수입 의존도는 여전히 95%대에 육박했다. 이 의원이 산업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19년부터 올해 6월까지 국내 불화수소 수입의 95% 이상은 일본 대만 중국 세 국가가 차지했다. 수출 규제가 시작된 2019년 7월부터 일본 수입량이 줄면서 1위 수입국이 일본에서 중국으로 순위만 바뀌었다.
포토레지스트는 일본 벨기에 미국 세 국가가 5년 내내 수입액의 96~99%를 차지했다. 일본의 수입 비중은 2019년 6월 94.2%에서 올해 6월 77.8%로 줄었지만 여전히 1위 수입국 자리를 유지했다. 폴리이미드는 일본 미국 중국 세 국가의 수입 비중이 2019년 94.1%에서 지난 6월 85.0%로 소폭 줄었다. 하지만 일본의 수입 비중이 62.6%로 가장 높았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