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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세계는 美·中 대결 아닌 군웅할거 시대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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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지구적 범위에서 ‘신냉전’ 구도가 현실화하고 있는 현 상황은…핵 무력을 건설하고 그것을 불가역적인 국법으로 고착시킨 우리 공화국의 결단이 얼마나 천만 지당한가를 입증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26~27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신냉전 기류가 짙어진 현재 국제정세를 들어 핵 무력 강화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반미연대’를 다시 구축하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처럼 최근의 국제정세를 신냉전으로 규정하는 시도는 어렵지 않게 보인다. ‘적의 적은 아군’이라는 말처럼 자극적이면서도 직관적이다. 신냉전 구도를 예견하는 학자들은 20세기 중후반 자유민주주의 진영과 공산주의 진영 간 ‘총성 없는 전쟁’이 되풀이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최근 출간된 <연결된 위기>는 다르다. 작금의 세계 질서를 신냉전 구도로 바라보는 것은 적절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본다. 제목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남중국해 분쟁, 북한의 핵 도발이 전부 연결된 상황을 뜻한다. 한국이 이런 ‘연결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선 신냉전이 아니라 ‘얄타 체제의 해체’라는 렌즈로 세계를 바라봐야 한다고 역설한다.

저자는 백승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인 2021년 어느 학회에서 전쟁 발생 가능성을 시사하는 질문을 던졌다. 이때부터 저자는 우크라이나와 대만 문제가 긴밀히 연결돼 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는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에 도전하려는 러시아와 중국의 의도가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저자는 “현재 상황을 고정된 냉전의 틀로 바라보는 것은 오독”이라고 지적한다. 오히려 얄타 체제의 해체 과정에 가깝다. 얄타 체제는 제2차 세계대전을 끝내는 과정에서 미국의 루스벨트, 소련의 스탈린, 영국의 처칠이 1945년 크림반도에 모여 합의한 전후 질서의 기본 틀이다. 얄타회담 이후 강대국들은 세력 균형의 측면에서 전면전을 피하며 평화를 유지했다.

상황을 이렇게 바라보면 현시대의 문제는 보다 심각해진다. 냉전 이전부터 전쟁을 억제하던 기제가 무너지며 군웅할거의 시대가 열릴 위기에 직면한다. 저자는 지금의 세태가 제1차 세계대전 직전 세계 모습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팬데믹과 자유주의 위기, 파시즘, 전시자본주의 등 공통된 증상을 보면 그렇다.

얄타 체제의 동요는 동아시아 질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중국의 국제적 위상 변화와 맞물리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중국의 대만 무력 점령 가능성 증가와 맞물렸다. 이는 한국에 대한 북한의 핵 도발 위협을 증폭시킨다. 한·미 동맹 체제를 유지하는 과정에서 일본의 재무장 등도 고려해야 할 변수다.

저자는 한국 사회가 제도·정치·사상 등에 걸쳐 ‘삼중 위기’에 놓여 있다고 주장한다. “단순히 과거 냉전 양상이 유사하게 반복된다는 관점에선 현실을 포착하지 못할 것”이라며 “현실에 눈을 가리고 ‘편 가르기’ 식 대립을 되풀이하려는 유혹은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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