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자신이 공동 창업한 뉴스 사이트 '위키트리'의 '성희롱 2차 가해' 보도 사례 지적에 "저도 부끄럽다"며 "이게 언론계의 현실"이라고 변명했다.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기보다 언론계의 현실이 그렇다며 반박한 셈이다.
김 후보자는 5일 오전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주재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자신의 위키트리 부회장 재직 시절 언론중재위원회로부터 시정 권고를 받은 위키트리의 보도 사례를 지적받았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김 후보는 이런 기사들로 돈을 벌었다"며 위키트리 기사의 제목들을 PPT에 담아 공개했다. PPT 속에는 ▲싫어요 207번 외쳤으나 제자에게 몹쓸 짓한 60대 교수 ▲30대 남성 집들이 한 후 정말 파렴치한 짓 저질렀다 ▲소속사가 여자 연습생에게 속바지 벗고 사진 보내라 ▲연인이 성관계 거부하자 목에 배게 놓고 밟아 기절시켰다 ▲"XX 빠는 것 아니야" 여자 동기를 집단 성희롱한 남자 생도들 등의 기사 제목이 실려 있었다.
용 의원은 이에 대해 "성폭행을 ‘몹쓸 짓’, ‘파렴치한 짓’ 등의 표현으로 가해 행위의 심각성을 축소하는 잘못된 보도를 했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기자협회에서 지적했던 불필요한 성적 상상을 유발하는 사례의 전형"이라며 "기사 제목부터 내용까지 피해자들을 성적 대상으로 삼는 비윤리적인 묘사가 아주 가득하다"고 꼬집었다.
용 의원은 또 ▲'파주 택시기사 사례본 피해자가 놀랍게도 이 직업이었다'는 제목의 기사에 대해선 "피해자의 직업이 범죄의 원인이 된 것처럼 보도를 하면서 가십거리 삼는 전형적인 2차 가해 보도"라고 했고, ▲'세상 무섭다…지하철 1호선 타는 여성들, 진짜 조심해야 하는 이유' 제목의 기사에 대해선 "시정조치 전에는 '아가씨 다리 좀 벌려 봐'란 말이 저 기사 제목 앞에 들어가 있었다"고 따졌다.
이어 "성범죄를 자극적으로 묘사해 놓고 피해자가 조심하면 성범죄를 피할 수 있다는 인식을 명백하게 확산시키고 있는 2차 가해 보도"라고 비판했다.
용 의원은 위키트리가 여성 유명인에 대한 성희롱적 보도도 양산했다며 "여성 유명인들의 죽음이 연달아 발생했음에도 반성하는 모습이 없이 계속해서 이런 기사들을 양산했고 누군가를 죽음으로 내몰면서까지 트래픽 수를 올리는 데에만 정신이 팔려 있었다"고 분개했다.
그러면서 "김행 후보자께서 이런 기사들로 돈을 벌었다. 혐오 장사로 주가를 79배를 급등시켜서 100억대의 주식 재벌이 됐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여성 인권이든 2차 피해든 크게 개의치 않고, 트래픽 수만 올리면 '성공한 기업'이라는 마인드로 회사를 운영하면서 차별과 혐오에 기생해서 100억이 넘는 자산을 증식시켜 놓고 여성가족부라는 공직까지 맡겠다는 것은 너무 욕심이 과한 것 같다"고 일갈했다.
이에 김행 후보자는 "저도 부끄럽고 이게 지금 현재 대한민국 언론의 현실이기도 하다"고 일부 책임만을 인정했다.
김 후보자는 "그 지적사항 10위까지 죽 보면, 제가 언론사의 부끄러운 현실이라고 말씀드리는 이유는 그 10위 순서(시정 권고를 많이 받은 언론사 순위)를 쭉 연도별로 보시면 대한민국의 큰 언론사 저희보다 훨씬 큰 언론사 메이저 언론사 1, 2, 3위가 다 들어가 있다"며 "그래서 제가 부끄러운 대한민국의 언론사라고 했다. 저희는 그래서 21년부터 옴부즈맨 제도를 운영해서 '이렇게 도저히 언론사가 갈 수가 없다'고" 얘기했다고 덧붙였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