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 역사상 최초로 해임된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의 뒤를 잇기 위한 공화당 내 경쟁이 불붙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짐 조던(59) 하원 법사위원장과 공화당 주류인 스티븐 스컬리스(57) 하원 원내대표가 출사표를 던졌다. 공화당 일각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직접 하원의장을 맡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5일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현재 공화당에서 하원의장 출마 의사를 밝힌 후보는 조던 위원장, 스컬리스 원내대표 2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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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오주 8선 의원인 조던 위원장은 4일(현지시간) 하원의장에 출마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조던 위원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2019년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탄핵 소추됐을 때 변호인을 자처한 의원 8명 중 한 명이다. 지난 1월부터는 하원 법사위원장을 맡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한 조사의 칼날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차남 헌터 바이든의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레슬링 코치 출신인 조던 위원장은 공화당 내에서도 강경파로 꼽힌다. 매카시 전 의장 해임을 주도한 공화당 내 강경 세력인 '프리덤 코커스'의 초대 의장이다. 지난 1월 매카시 전 의장이 출마할 때 프리덤 코커스는 조던 위원장을 대항마로 내세우기도 했다.
미 하원 2인자인 스컬리스 원내대표도 하원의장 출마를 공식화했다. 그는 4일 엑스(X·전 트위터) 계정에 성명을 내고 "강한 책임감과 목적을 갖고 하원 의장에 도전한다"고 밝혔다. 루이지애나 13선 의원인 그는 공화당 내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인물로 평가된다. 2008년 연방 하원에 입성한 그는 당내에서도 보수적인 의원들로 구성된 공화당 연구위원회 의장을 지냈다. 다만 프리덤 코커스의 지지는 얻지 못했다는 평가다. 프리덤 코커스는 공화당 연구위원회와 같은 '워싱턴 주류'에 반발하며 독자 세력을 이뤘다.
스컬리스 원내대표는 2017년 미 의회 야구팀과 연습을 하던 중 반(反)트럼프주의자인 제임스 호지킨슨이 쏜 총에 엉덩이를 맞았다. 2002년 인종차별단체인 KKK(쿠클럭스클랜) 행사에서 연설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직접 출마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마조리 테일러 그린(조지아주) 공화당 의원은 이날 엑스에서 "유일한 하원 의장 후보는 트럼프 전 대통령 뿐"이라고 밝혔다. 트로이 넬스 공화당 의원(텍사스주)도 지난 3일 "이번 주 미국 하원이 다시 소집되면 나의 첫 번째 업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하원의장으로 추천하는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러한 요구에 애매모호한 입장이다. 4일 뉴욕에서 열린 민사 재판에 출석한 그는 기자들과 만나 "많은 사람이 내게 의장직과 관련해 전화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공화당에는 의장직을 잘 수행할 수 있는 훌륭한 사람들이 있다"라며 "도움이 된다면 무엇이든 하겠지만, 내 목표는 대통령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몇시간 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만든 SNS인 트루스소셜에 빨간 모자를 쓰고 의사봉을 들고 의장석에 앉아있는 자신의 합성 사진을 게재했다. 공화당은 오는 10일 의장 후보자 토론회를 열고 이르면 다음 날 투표를 실시할 계획이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