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유통사업을 총괄하는 롯데쇼핑이 10여년 만에 광고업계에 복귀한 가수 이효리의 손을 잡고 이커머스(전자상거래) '롯데온' 인지도 끌어올리기에 나섰다. 취약점으로 꼽힌 이커머스 사업 인지도 강화를 위해 첫 브랜드 광고를 집행하며 빅모델 카드를 뽑아든 결과다.
이효리, 빨간코트 입고 롯데온 첫 브랜드 광고 등판
롯데온은 이효리를 기용해 2020년 4월 론칭 후 처음으로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한 브랜드 광고 캠페인을 진행한다고 4일 밝혔다.
롯데온은 이날 공식 유튜브 채널에 '이효리의 첫번째 광고 복귀작'임을 강조한 광고 티저 캠페인 영상을 공개했다.
이번 광고는 롯데온 출범 후 4년 만의 첫 브랜드 광고다. 롯데온이 고객이 바라는 쇼핑 이상향인 ‘쇼핑 판타지’를 실현하는 공간이라는 메시지를 이효리를 통해 전한다는 전략이다. 광고 속 이효리는 롯데의 기업이미지 색상인 빨간색 트렌치 코트를 입고 등장한다. 이효리가 스위치를 눌러 전등불을 켜는 모습은 롯데온 애플리케이션(앱)을 켜는 순간에 빗댔다는 설명이다.
롯데온은 주요 고객층 내 인지도 개선을 위해 이효리에게 러브콜을 했다는 후문이다. 롯데온 관계자는 "주요 고객층인 30~40대 여성을 중심으로 인지도를 확보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 광고 모델과 영상 콘셉트 기획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효리는 자사 핵심 서비스 뷰티·명품·패션 등을 이용하는 주 고객층이 열광하는 모델인 만큼 반응이 뜨거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업계에선 그동안 영업적자 축소에 공을 들인 롯데온이 빅모델을 기용한 광고로 입지 확대를 도모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롯데온은 최근 화장품과 명품 등 버티컬 서비스를 선보이며 3040 여성 소비자를 중심으로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한편, 이번 광고는 이효리가 상업광고 재개 의사를 밝힌 후 첫 번째 타자로 시선을 끌었다. 업계에 따르면 이효리는 2012년께부터 본격적으로 상업광고 출연을 자제했다. 유기견 보호, 채식주의와 환경운동 등에 대한 관심을 가진 그가 소신에 맞지 않는 제품 광고에 나설 수 없다는 생각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그는 SNS 계정과 방송을 통해 상업광고를 재개할 의향을 전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가 "광고를 다시 하고 싶다"고 올린 글에는 다수의 기업이 댓글을 달아 이목을 끌기도 했다.
전지현·공유…이커머스 인지도 끌어올린 그들
'빅모델'의 힘을 빌린 유통기업은 비단 롯데쇼핑만이 아니다. 이커머스 업계에선 상대적으로 오프라인 유통가보다 적극적으로 스타를 기용, 광고를 집행하는 경향이 있다. 오프라인 매장이 부재한 만큼 이미지를 전달하는 광고모델의 중요성이 한층 커지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새벽배송 시장을 연 컬리(마켓컬리)다. 컬리는 2019년 배우 전지현을 기용한 광고로 인지도를 대폭 끌어올렸다. 컬리는 당시 수도권에서만 서비스를 운영해 경쟁사보다 인지도가 낮았지만 광고를 통해 단숨에 전국구로 이름을 알리고 신규 고객이 대거 유입되는 효과를 봤다. 컬리는 지난해 11월 화장품 버티컬 '뷰티 컬리'를 시작할 때도 월드스타 그룹 블랙핑크 제니를 모델로 기용해 소식을 알렸다.
유통공룡 신세계그룹 역시 꾸준히 광고를 활용해 이커머스와 온·오프라인 통합 서비스를 알리고 있다. 이커머스 계열사 SSG닷컴의 경우 2016년 배우 공유와 공효진의 입을 빌려 신세계 영문 머리글자를 소리 나는 대로 읽는 광고로 '쓱닷컴'의 인지도를 높였다. 후속 캠페인으로 자체 배송 '쓱배송'과 SSG닷컴을 통해 편하게 배송받을 수 있는 상권을 뜻하는 '쓱세권'까지 소비자 뇌리에 심는데 성공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꾸준히 강조한 온·오프라인 생태계인 '신세계 유니버스'를 아우르는 멤버십 구축을 위해서도 광고를 적극 활용했다. 지난해에는 배우 한소희와 구교환을, 올해는 손석구를 자사 멤버십 광고에 등장시켜 소비자의 눈길을 끌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