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소송법상 수사는 불구속 수사가 원칙이고 예외적으로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피의자가 일정한 주거가 없는 때나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또는 피의자가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 등 구속 사유가 있는 때’에 한해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다.
즉, 영장재판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이유가 있는지와 구속 사유가 있는지를 심사하는 절차일 뿐 유·무죄 판단을 하는 절차는 아니다. 영장이 기각됐다고 해서 판사가 해당 피의자에게 무죄라는 면죄부를 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피의자가 유죄라는 의심이 든다고 하더라도 구속 사유가 없으면 영장은 발부될 수 없다. 같은 맥락에서 구속이란 수사기관이 영장에 기재된 피의자의 혐의를 수사하고 기소 이후 재판에 출석하는 것을 보장하기 위한 수단이지 피의자에게 구속 수감이라는 불이익을 부과하기 위한 수단은 아니다.
영장 기각이 면죄부 준 것 아냐
언론에 보도된 이번 영장 기각 사유는 “방어권 보장 필요성 정도와 증거 인멸 염려의 정도 등을 종합하면 이 대표에 대해 불구속수사의 원칙을 배제할 정도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였다. 기각 사유에 ‘일부 혐의는 소명됐다’ ‘일부 혐의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 등의 표현이 등장하지만 혐의가 소명됐다고 해서 유죄라는 뜻이거나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해서 무죄라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실제로 형사재판을 보면 구속기소됐지만 주요 혐의에 대해 무죄판결이 선고되는 경우, 반대로 불구속기소됐지만 중형이 선고되는 경우가 많다. 사건이 복잡하고 피고인이 관련자들의 수사기관 진술을 대거 동의하지 않는 사안에서는 유·무죄와 무관하게 구속 만기 전에 선고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피고인이 구속 기간 만료 직전에 석방되는 경우도 많다.
피의자의 구속은 ‘수사를 위해서’ 필요한 것이지 ‘수사의 결과물’이 아니다. 과거에는 검찰이 중요 사건에서 기소 직전에 수사의 결과물로서 피의자를 구속하는 관행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1심에서 실형을 선고하더라도 구속하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다. 유죄로 확정될 때까지는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공판에서 증거로 입증하면 될 일
특히 경찰에서 인지해 검찰에 송치한 이른바 형사부 사건이 아니라 검찰이 직접 인지해 수사한 사건에서는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지 않아 검사가 일차적인 판단자의 역할을 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런 경우 검찰은 혐의 대상자를 반드시 기소해야 한다는 스스로의 명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이 때문에 피의자가 혐의를 다투고 있는 사건에서는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크다. 검찰이 밝힌 입장대로 대부분 조사가 마무리돼 혐의 입증에 자신이 있다면 현 상태에서 피의자를 기소하면 될 일이다.이처럼 기각인지 발부인지와 무관하게 영장재판은 흔히 말하는 ‘법의 심판’과는 무관하다. 영장재판은 수사 단계에서 구속 사유가 있는지를 판단하는 절차에 불과하다. 따라서 영장 기각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영장재판의 의미를 충분히 알고 있는 검찰이 굳이 “야당 대표가 아니었다면 영장이 발부됐을 것”이라는 논평을 해야 했을까 아쉬움이 드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런 식의 비판은 “피의자가 야당 대표가 아니었다면 과연 수십 명의 검사가 수십 번의 압수수색을 하면서 장기간 수사를 했을 것인가”라는 역공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이 대표의 혐의는 검찰이 기소 후 공판 단계에서 객관적인 증거로 입증하면 된다. 재판의 본질이 아닌 영장 기각을 비판하는 것은 온당하지 못하다. 영장 기각에 검찰이 예민하게 반응할수록 이 대표에 대한 수사에 정치적 고려가 있다는 의심을 초래할 뿐이다. 아마도 검찰은 유죄를 입증하기 위해, 이 대표와 변호인 측은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재판 과정에서 날 선 공방을 벌일 것이다. 그러니 검찰은 검찰의 일을, 변호인은 변호인의 일을, 그리고 법원은 법원의 일을 하면 된다. 늘 그래왔듯이 말이다.
민철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