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이 이자를 더 많이 지급한다고요?”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지난 3일 예·적금의 중도해지 이자가 같은 조건에도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간 두 배까지 차이가 난다는 한국경제신문의 보도에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금감원은 이미 2018년 은행권의 불합리한 예·적금 중도해지 이율 제도의 개선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당시 은행들은 예치 기간에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중도해지 이자를 줬다. 일부 은행은 약정 기간의 90% 이상 지난 뒤 해지하더라도 기본금리의 10%만 적용하는 등 중도해지 이자를 터무니없이 적게 지급했다. 금감원은 예·적금 중도해지 이율을 예치·적립 기간에 연동해 기간이 길수록 중도해지할 때 주는 이자 금액이 늘어나는 방식으로 제도를 개선했다. 금융 소비자가 부당하게 불이익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이후에도 은행 고객은 당국의 의도와 달리 큰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은 금감원의 권고대로 상품 설명서상 중도해지 이율 산식을 고시하고 있다. 기본금리에 약정 기간에 따른 적용 비율과 약정 기간을 셈하는 식이다. 그리고는 이자를 지급할 때는 ‘연(年) 금리’ 기준으로 한 번 더 일할 또는 월할 계산하고 있다. 시중은행에서 1년 만기 예금에 가입하고 7개월 뒤 해지하면 고지된 산식으로는 기본금리의 65% 수준으로 이자를 줘야 한다. 하지만 본지가 확인한 결과 실제 창구에서는 기본금리의 32% 정도로 이자가 지급되고 있다. 저축은행을 제외하고 시중은행과 새마을금고, 신협 등은 이런 방식으로 중도해지 이자를 계산한다.
시중은행이 고객을 기만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은행의 해명대로 상품 설명서상 모든 이율은 연 금리가 기준이기 때문이다. 별도 설명이 없어도 연 금리로 환산해야 한다는 은행의 주장이 틀린 건 아니다. 또 고객이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한 것에 대한 페널티도 필요하다.
하지만 금융 소비자에게 불리한 관행을 고치자는 당국의 방침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았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다. 저축은행은 금감원의 취지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적금의 중도해지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었던 고객은 저축은행 상품에 가입했다면 더 이득을 봤을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약정 기간에 따라 유불리가 다를 수 있다”면서도 “소비자가 정보를 더 쉽게 알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이제라도 5년 전 당국이 목표로 한 ‘소비자 권익 강화’라는 제도 개선의 취지가 구현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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