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 주택형 입주 때 3억6000만원 수익’(현대건설 ‘디에이치 여의도 퍼스트’) vs ‘건설사 제로 마진’(포스코이앤씨 ‘오티에르 여의도’).
서울 영등포 여의도동 첫 재건축 단지인 한양아파트에서 ‘하이엔드’ 브랜드를 이용한 시공권 수주전이 막을 올렸다. 최대한 고급스럽게 지으면서 분담금을 최소화하겠다는 게 건설회사의 약속이다.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는 하이엔드 브랜드인 디에이치와 오티에르를 적용해 ‘분담금 0원·전 가구 한강 조망·고급화’ 등 파격적인 설계를 제시하면서 두 달간 조합원 설득에 나서고 있다. 노량진1구역에서도 GS건설과 삼성물산 등이 뛰어들면서 고급화를 내세울 전망이다. 경기 과천 대장 아파트로 꼽히는 과천주공 10단지도 삼성물산과 롯데건설이 시공사 선정에 강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어 치열한 수주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여의도 한양 고급화 경쟁
정비업계에 따르면 여의도 한양아파트와 송파 가락프라자아파트의 시공사 선정 총회가 오는 29일 열릴 예정이다.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을 통해 용적률 600%(200m 이하) 초고층 설계가 예정된 한양아파트에선 포스코이앤씨가 3.3㎡당 공사비 798만원을 제안해 화제가 됐다. 포스코이앤씨가 “회사의 모든 이익을 내려놓고 입찰에 참여했다”고 말했을 정도다. 강북에서도 3.3㎡당 800만원대에 유찰이 속출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파격적인 제안이라는 평가다. 맞통풍 구조로 모든 가구에서 한강 조망이 가능하도록 3면 개방 구조를 내세우는 동시에 모든 가구 전용 엘리베이터와 유럽산 마감재도 기본 옵션으로 제시했다.
현대건설은 일반분양 수익의 극대화로 동일 주택형 입주 때 분담금 ‘0원’을 제안했다. 여기에 분양수익 증가로 3억6000만원을 환급하겠다고 밝혔다. 한양아파트는 신속통합기획안에 주상복합으로 기획돼 있어 오피스텔을 분양해야 한다. 복층형 설계(층고 5.5m)와 프라이빗 테라스로 분양가를 3.3㎡당 8500만원 이상으로 책정해 오피스텔에서 총 1440억원의 분양수익을 추가로 내겠다는 계획이다. 공사비는 3.3㎡당 824만원을 제시했다. 초고층에 고급화까지 계획한 것을 고려했을 때 저렴하다는 평가다. 여의도 한양아파트와 하루 차이를 두고 입찰받은 공작아파트는 관심을 두고 있던 포스코이앤씨가 발을 빼면서 대우건설 단독 입찰로 한 차례 유찰됐지만, 대우건설도 하이엔드 브랜드인 ‘써밋’을 제안했다.
하이엔드 내세운 수주전
동작구 노량진뉴타운은 건설사의 하이엔드 브랜드를 대부분 볼 수 있게 될 격전지로 꼽힌다. 서울 지하철 1·9호선 노량진역에서 가장 가까운 데다 가구수가 2992가구에 달해 ‘노른자 땅’으로 꼽힌다. 노량진1구역은 11월 20일까지 시공사 입찰을 마감하고, 내년 초 시공사 선정 총회가 예정돼 있다. 아파트 브랜드 선호도 1, 2위를 다투는 삼성물산과 GS건설이 적극적인 수주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앞서 노량진 2·7구역은 SK에코플랜트가 하이엔드 브랜드인 ‘드파인’을 내세워 시공사로 선정됐다. 5구역은 대우건설의 ‘써밋’, 8구역은 DL이앤씨의 ‘아크로’가 적용될 예정이다.
경기 과천 재건축의 마지막 퍼즐인 과천주공 10단지는 삼성물산과 롯데건설이 공을 들이고 있다. 1984년 준공된 아파트로 지하철 4호선 과천역에 붙어 있는 데다 용적률이 86%에 불과해 사업성이 높다. 바로 남쪽에 과천주공 1단지를 재건축해 2020년 준공한 과천푸르지오써밋, 동쪽의 과천주공7-1단지를 재건축한 과천센트럴파크푸르지오써밋에 대우건설의 하이엔드 브랜드가 적용됐다. 과천주공 10단지는 오는 30일 입찰을 마감할 예정이다. 롯데건설은 르엘 브랜드를 앞세워 도전장을 내밀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에는 여러 조건이 따라붙는다. 입지가 최우선이다. 현대건설은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와 용산구 한남3구역의 시공권을 따내면서 각각 ‘디에이치 클래스트’ ‘디에이치 한남’이라는 단지명을 붙였다. ‘디에이치 라인’ 전략의 축으로 신반포2차와 압구정도 수주하겠다는 목표다. 다른 건설사도 별도의 심의위원회를 꾸려 입지와 브랜드·사업·상품성·서비스·시공 품질·고객관리·분양 등 여러 측면에서 검토한다. 건설사 관계자는 “구체적인 적용 기준은 그때그때 조정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정비계획 확정 전부터 밑작업”
정비사업으로 주택 공급에 사활을 걸고 있는 서울시가 인허가에 속도를 내면서 건설사는 조합 설립 전부터 사전 작업에 들어가는 분위기다. 특히 지난 7월부터 서울시 정비사업의 시공사 선정 시기가 사업시행계획인가 이후에서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당겨졌다. 시공사 선정이 가능한 조합이 80곳으로 늘어났다. 건설사 관계자는 “여의도·용산·목동·송파·성수 일대 정비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건설사도 동향 파악에 신경을 쏟고 있다”며 “정비구역 지정 전부터 고급 브랜드와 특화 디자인, 빠른 사업 진행 등을 내세워 주민들을 설득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관리·감독 권한이 있는 서울시는 수주전이 과열되지 않도록 최근 시공사 선정 기준을 개정해 개입할 근거를 마련해 뒀다.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조합에 제안하는 대안설계는 ‘기존 정비계획 범위’ 내에서만 허용하기로 했다. 아웃소싱(OS) 요원을 고용한 개별 홍보도 금지된다. 시공사 선정 기준 등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입찰을 무효로 본다는 규정도 반영됐다.
시공사 선정에 변수는 ‘공사비’다. 한 조합 관계자는 “브랜드도 중요하지만 하이엔드가 적용되면 특화설계로 공사비가 걱정된다는 목소리가 크다”고 전했다. 반대로 건설사들도 자재값과 인건비가 오르자 저가 수주에 망설이고 있다. 노량진1구역 조합은 3.3㎡당 공사비로 730만원을 제시하면서 삼성물산 등을 비롯한 건설사가 참여를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