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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의료 AI 스타트업이 해외 진출에 목숨 거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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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사업을 했다면 회사를 성장시키는 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을 겁니다. 미국에선 네거티브 방식 규제 덕분에 사업 확장이 수월했죠.”

송지영 사운더블헬스 대표는 2018년 회사를 미국으로 ‘플립’(본사 이전)했다. 사운더블헬스는 소변의 소리를 스마트폰으로 측정하고, 이를 인공지능(AI)으로 비뇨기 질환 중증도를 파악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2020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해당 솔루션을 2등급 의료 기기로 허가했다. 사운더블헬스는 내년 현지 의사협회와 관련 솔루션의 의료 보험 적용도 추진할 계획이다. 송 대표는 “인명과 관련이 없는 기술의 사업화를 대부분 허락하고 나중에 문제가 생길 경우에만 책임을 묻는 것이 미국 정부의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사운더블헬스가 국내에서 관련 사업을 추진했다면 많은 난관을 돌파해야 했을 것이다. 관련 기기의 정부 인허가부터 보험 적용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래서 의료 AI 스타트업 사이에서 해외 진출은 필수다. 국내 의료 AI업계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루닛은 올 상반기 매출의 85.8%가 해외에서 발생했다. 경쟁 업체인 뷰노는 일본 의료 플랫폼 업체 M3와 일본 시장 공략에 나섰다. JLK, 라이프시맨틱스 등 다른 업체 상황도 비슷하다.

그동안 정부가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과거 5년간 국내에서 인증받은 AI 의료 기기는 149건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보험 수가 산정 문제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기업으로선 비급여 방식도, 급여 방식도 모두 난감하다. 비급여 방식은 환자 부담이 크다. 고객사인 상급 종합병원도 정부 평가의 불이익 때문에 비급여 적용을 확대하기 어렵다.

급여 방식으로는 기업이 돈을 벌기 어렵다. 국내에서 AI 의료기기 단독으로 행위 수가를 인정받기 어려워 일부만 보험 청구가 가능하다. 의료 AI가 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정부와 의료진은 진료 전체 과정을 AI 의료 기기에 맡기지 않는다. 반면 미국은 AI 의료 기기를 위한 별도의 의료 수가 체계를 마련했다.

AI 의료산업이 국내에서 성장하지 못하면 결국 국민만 피해를 보게 된다. 더 싸고 효과적인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할 수 있다. AI는 장기적으로 국가 건강보험 재정에도 도움이 된다. 미국경제연구소(NBER)는 AI 활용으로 미국 의료 및 관련 행정 비용 지출이 5년 내 최대 10% 감소할 것이라고 올 1월 전망했다. 국내 유망 AI 의료 스타트업이 해외에서만 실력 발휘하도록 방치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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