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성실한 직원에게 해고를 통보하는 과정에서 수 차례 문자나 전화를 한 회사 대표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하급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로 뒤집혔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이달 14일 정보통신망법 위반·폭행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15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대구지법에 돌려보냈다.
A씨는 2021년 2월 직원에게 공포감·불안감을 유발하는 내용으로 오후 11시부터 다음 날 오전 2시까지 7차례 문자를 보내고 같은 날 오전 7시∼9시께 2차례 전화한 혐의로 기소됐다.
정보통신망법은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부호·문언·음향 등을 반복적으로 상대방에게 도달하도록 하는 내용'을 정보통신망을 통해 유통하는 것을 금지한다. A씨는 해당 직원의 근무 태도가 불성실하고 동료들에게 예의 없게 군다는 이유로 해고를 통보했다. 이후 직원이 반발하자 "두 번 다시 보지 말자", "회사 근처에서 얼쩡거리지 말라" 등의 내용으로 문자를 보냈다. 두 차례 전화에서도 해고를 수용하라고 타일렀다. 이 같은 갈등이 계속되던 와중에 A씨는 해당 직원을 밀쳤다가 폭행 혐의까지 추가됐다.
1·2심 법원은 A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정보통신망법 혐의를 유죄로 볼 수 없다며 다시 재판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폭행 혐의는 유죄로 인정됐다.
대법원은 A씨가 보낸 문자의 개수를 공소사실에 기재된 7통이 아닌 3통으로 봐야 하므로 정보통신망법에 규정된 '반복적 행위'로 단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문자 사이에 약간의 시간 간격이 있다고 해도 이어지는 내용이면 하나의 문자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A씨가 보낸 문자·전화를 종합적으로 보더라도 "고용관계 종료를 둘러싼 법적 분쟁 혹은 이에 관한 협의 과정의 급박하고 격앙된 형태라고 볼 수 있을 뿐"이라며 "불안감 등을 조성하기 위한 일련의 반복적 행위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