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VR) 기기를 쓰고 춤추는 건 아직 무겁고 불편합니다. 하지만 머지않아 고글 같은 편한 형태로 발전할 것이고 댄스 문화도 크게 바뀔 거예요.”
윤여욱 원밀리언 대표는 2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디바이스와 플랫폼의 발전이 댄스업계에 혁신을 일으킬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과거 동네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추는 데 그쳤던 K댄스가 스마트폰 보급 후 유튜브, 틱톡 등 플랫폼을 통해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 것처럼 첨단기술이 발전하면 댄스계에 다시 한번 ‘폭발의 순간’이 올 것이란 얘기다.
댄서 출신인 윤 대표는 김혜랑 공동대표(댄서명 리아킴)와 함께 댄스 콘텐츠 회사인 원밀리언을 2014년 창업했다. 유튜브에 올린 댄스 영상이 큰 인기를 얻으면서 국내 최대 댄스 레이블로 성장했다. 현재 유튜브 구독자는 2620만 명, 누적 조회수는 79억 회에 달한다. 소속 안무가가 창작한 안무를 아카데미 수강생들과 함께 추는 신선한 포맷에 전 세계 팬들이 호응했다. 아카데미 수강생 중 70%가 외국인일 정도로 해외 K팝 팬들에게 인지도가 높다.
원밀리언 소속 댄서는 50여 명. 댄서들과 전속 계약서를 쓴 것도 업계에서 원밀리언이 처음이다. 윤 대표는 “좋은 댄서를 꾸준히 발굴하고 키워내고 있는 게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했다. 스타 댄서인 리아킴을 비롯해 안무가 백구영, 국가대표 비걸 예리, 방송 ‘스트릿우먼파이터2’에 출연 중인 하리무 등이 원밀리언 소속이다.
윤 대표는 “아카데미와 콘텐츠, 매니지먼트 사업이 현재 집중하고 있는 분야라면 플랫폼 사업은 미래 먹거리”라고 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KAIST, EBS 등과 협업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K댄스 교육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K댄스를 학생들이 편하게 배울 수 있는 서비스를 연구하고 있다”며 “결제 기능이 붙은 온라인 댄스 플랫폼을 개발한 경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엔 포스텍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리아킴이 한 학기 동안 댄스 수업을 진행했다. 영상에 담긴 춤 동작을 효과적으로 트래킹해 전달할 수 있는지 연구하는 일종의 테스트 수업이었다. 윤 대표는 “고가의 모션캡처 장비가 없더라도 영상의 동작 데이터를 딸 수 있는 기술이 나오고 있다”며 “정확도가 높아지고 있어 머지않아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윤 대표는 K댄스의 저변을 넓히고 안무 저작권 문화를 정착시키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매출만 내려고 했다면 사옥 공간을 쪼개 연습실을 만들고 수강생을 더 많이 받았을 겁니다. 저희는 그 공간을 배틀 행사같이 새로운 시도를 하는 데 활용합니다. 춤 시장이 더 커지고 댄서들이 인정받아야 회사도 장기적으로 성장하니까요.”
앞으로 댄서들이 참여할 K콘텐츠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좀비 영화 촬영에도 안무가가 필요하고, 광고를 찍을 때도 춤을 짜야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코카콜라와 마이크로소프트같이 이름만 들으면 아는, 춤 하면 바로 떠오르는 글로벌 브랜드로 원밀리언을 성장시키고 싶습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