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출금리가 최고 연 7%를 넘어서는 등 고금리 흐름이 이어지면서 ‘어떡하면 이자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일까’ 고민하는 대출자들이 늘고 있다. 원금을 빨리 갚아 이자 부담을 줄일 수 없다면 금리인하요구권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도 요령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금리인하요구권 신청은 은행 뱅킹 앱 등 모바일로도 손쉽게 가능하다. 추석 연휴를 맞아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해보는 게 어떨가.
상환 능력 개선 여부가 핵심
금리인하요구권이란 상환 능력이 개선된 대출 고객이 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시중은행 지방은행 인터넷전문은행 등 1금융권은 물론 저축은행 카드사 보험사 등 2금융권에서도 신청할 수 있다. 2002년부터 은행 약관에 근거가 마련됐지만 10년 넘게 유명무실하게 운영됐다. 2019년 6월 법제화 이후 금융사가 소비자들에게 이 제도를 의무적으로 안내하면서 정착되고 있다.
금리인하요구권을 쓰려면 우선적으로 상환 능력이 개선돼야 한다. 취업, 승진, 이직, 전문자격 취득 등으로 소득이 증가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자산이 늘거나 부채가 줄어 재무상태가 개선된 경우도 상환 능력이 개선된 것으로 본다. 신용평가회사의 개인신용평점이 상승한 경우에도 금리인하요구권을 쓸 수 있다. △직장 변동(취업) △연 소득 변동(연봉 인상) △직위 변동(승진) △거래 실적 변동 △기타(부채 감소, 자산 증가)가 대표적이다.
영업점에 방문하거나 금융사 앱을 통해 간단하게 신청할 수 있다. 재직증명서, 원천징수 영수증(소득금액증명원) 같은 서류도 스크래핑(긁어오기) 기능을 통해 자동 제출된다. 금융사는 금리인하를 요구받은 날로부터 5~10영업일 안에 수용 여부를 안내해야 한다. 금리 인하율은 대출 상품 가입 때의 적용 금리와 상환 능력 개선 수준에 따라 다르다. 금리인하요구권 수용 여부는 대출 상품 약관과 내부 신용평가 시스템에 따라 금융사들이 자율적으로 정하고 있다.
수용률은 ‘농협’·건당 감면액은 ‘하나’ 1위
금리인하요구권을 행사했다가 금리가 되레 오르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 대출자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하면 ‘수용’과 ‘거절’ 두 가지로만 결론이 난다.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금리 변경 약정 시점 등에 금리가 내려가고, 거절되면 금리에는 변화가 없다. 한 시중은행 여신담당 임원은 “금리인하요구권 신청으로 금리가 인상되는 등의 불이익은 없다”고 했다. 금리인하요구권 신청 시점에 신용등급이 낮아졌더라도 금리가 오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금리인하요구권 신청 시점과 금리 변경 약정 시점이 겹치면 대출금리는 변할 수 있다. 금리인하요구권 신청과 상관없이 금리가 바뀔 때가 됐기 때문에 생기는 변화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을 연장하는 시점에 신용등급이 낮아지거나 변동금리의 준거 금리가 올라가면 금리가 올라갈 수 있다”며 “하지만 이는 금리인하요구권과는 관련이 없다”고 했다.
은행연합회는 6개월마다 금융사들의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을 발표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가계와 기업대출을 모두 포함한 금리인하 요구권 수용률을 보면 5대 은행 중에선 농협은행이 68.8%로 가장 높았다. 소비자 요구 10건 중 7건은 받아들여진 셈이다. 2위는 우리은행(34.9%)이었고, 이어 신한은행(26.7%) 국민은행(25.7%), 하나은행(19.2%) 순이었다.
대신 수용 건당 이자 감면액은 하나은행이 27만3197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신한은행(19만5806원) 우리은행(11만356원) 농협은행(10만5015원) 국민은행(6만8936원) 순으로 나타났다. 전체 이자감면액 규모는 신한은행이 60억7800만 원으로 1위를 기록했고, 평균 금리 인하폭도 신한은행이 0.39%포인트로 가장 컸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