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동하는 소방차에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 주세요."한 소방관이 화재 진압을 위해 출동했다가 전화 통화를 하느라 길을 비켜주지 않았던 '민폐 차주'를 마주친 사연을 공유하며 이같이 당부했다.
최근 교통사고 전문 한문철 변호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한문철 TV'에는 '화재진압 출동 중인 소방차 2대의 진로를 방해하는 앞차, 추월해서 보니…'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제보자이자 소방관 A씨는 지난 12일 정오께 경남 사천의 한 도로에서 발생한 상황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공유했다. 당시 긴급 출동했던 A씨의 소방차는 사이렌을 울리며 도로를 내달리고 있었고, 이를 본 차들은 일제히 소방차의 통행을 위해 2차로로 이동 중이었다.
이때, 문제의 차량 운전자 B씨는 소방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비켜 달라고 요구했음에도 한참을 길을 비켜주지 않았다. 여러 차례 경적을 울렸음에도 끝내 출동을 위한 길이 확보되지 못한 것 갑자기 브레이크 패달을 밟는듯하더니, 속도를 내지 않기도 했다. 이런 상황은 약 1분 30초간 유지됐다.
이후 A씨가 B씨 차량을 추월해 운전자를 살펴보니 B씨는 전화 통화 중이었다고 한다. 당시 상황에 대해 A씨는 "(문제의 차량이) 경광등, 상향등, 사이렌, 모터 사이렌까지 켜가며 비켜달라고 신호를 주었는데 비키기는커녕 속도도 내지 않으면서 일부러 약 올리는 듯이 브레이크도 자주 밟았다"며 "굉장히 답답하고 화가 났다"고 토로했다.
이어 "결국 저희 구조 차와 뒤이어 오던 펌프차가 옆으로 비켜 지나갔다"며 "옆으로 운전자를 봤더니 스피커폰으로 통화를 하던 중이었는지 한 손에 핸드폰을 들고 신나게 전화하는 아주머니의 모습이 보였다. 그제야 소방차가 근처에 있는 걸 아셨는지 속도를 줄이더라"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다행히 큰 화재는 아니었고, 먼저 도착한 부서에서 자체적으로 진화 가능하다는 무전을 듣고 출동하다가 돌아오긴 했는데 정말 큰 화재였거나 급박한 상황이었다면 이보다 더 답답한 상황은 없을 거라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사연을 접한 시청자들은 "저건 고의성이 다분해 보인다", "소방차의 경적과 불빛을 전혀 모른 채 브레이크를 밟는 게 말이 안 된다", "주변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전화하는 것에 집중했다는 게 더 놀랍다", "고의든 아니든 타인의 생명과 재산을 갉아먹는 행동" 등의 반응을 보였다.
소방기본법은 소방차가 화재진압 및 구조·구급 활동을 위해 사이렌을 켜고 출동 시 진로를 양보하지 않는 행위, 소방차 앞에 끼어들거나 가로막는 행위, 출동에 지장을 주는 행위를 한 차량에 과태료 100만 원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문철 변호사는 "만약 큰 화제였으면 (B씨가 길을 비켜주지 않았던) 1분 30초 사이에 불이 더 번졌을 수도 있다. 1분 1초가 급한 상황"이라며 "주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통화를 하면서 운전하면 안 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