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생명의 태초’를 보는 기술에서 가장 앞서 있다고 자부합니다. 전 세계에서 경쟁자가 없어요.”
오상훈 차바이오텍 대표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한민국 출생아의 약 7%가 우리 기술의 도움으로 탄생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연간 국내 출생아 24만 명 가운데 1만5000여 명이 차바이오그룹의 도움을 받아 태어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보통 난자와 정자를 채취해 수정시켜 동결 또는 자궁에 이식하는 것을 ‘한 사이클’이라고 부르는데 우리는 연간 5만 사이클을 수행한다”고 밝혔다. 차바이오텍은 차바이오그룹을 총괄하는 지주회사 역할을 한다. 계열사로는 차백신연구소 CMG제약 등 제약·바이오 상장사와 해외 7개국에서 90여 개 병원을 운영하는 차헬스케어 등 10곳이 있다. 차바이오그룹은 차의과학대(기초 연구), 차종합연구원(신약 발굴), 차병원(임상), 차바이오텍(상업화) 등으로 이어지는 전 세계 거의 유일한 산·학·병·연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는 “차바이오텍 매출이 올해 사상 첫 1조원 돌파가 예상되는 것도 미국과 호주 병원의 매출 증가 덕분”이라며 “세계적인 난임 치료 강국인 호주에서 성공을 거둔 것도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일 처리 속도가 늦고 방만 경영이 많은 해외 병원에서 이 같은 성과를 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는 “미국 병원 운영 초기엔 응급실에서 환자가 아무리 기다려도 의사를 만나기 어려운 구조였다”며 “대기 줄이 너무 길어 발걸음을 돌린 환자도 많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와 생산성 중시 경영을 현지에 도입해 비효율을 개선해 나갔다. 현재 미국 병원(할리우드 차)은 로스앤젤레스(LA)지역에서 신생아 출생 순으로 2위에 오를 정도로 인기 병원이 됐다. 호주 병원(시티퍼틸리티)은 매출이 4년 만에 세 배로 증가했다. 그는 “뉴질랜드, 유럽, 태국 등으로 병원 네트워크를 확장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세포치료제 위탁개발생산(CDMO)과 신약 개발 등 자체 사업에서도 성과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차바이오텍은 미국 텍사스에 CDMO 회사 마티카바이오를 설립해 작년부터 세포치료제에 들어가는 바이럴벡터(인체에 치료용 유전자를 주입하는 바이러스 전달체)를 생산하고 있다. 글로벌 10대 제약사로부터도 수주를 따냈다. 내년엔 텍사스 2공장을 착공해 2025년 연간 수주 목표 3300억원, 2030년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목표는 2030년 세계 세포치료제 CDMO업계 5위다. 지난 3월엔 일본 제약사에 배아줄기세포 분화기술을 424억원에 수출했다. 난임 관련 연구를 많이 하다 보니 줄기세포 분야에서도 앞서게 된 것이다. 향후 암세포를 찾아 살상하는 ‘키메릭 항원 수용체(CAR)-자연살해(NK)면역세포 치료제’를 비롯해 줄기세포를 이용해 염증을 완화하는 퇴행성 디스크 요통 치료제, 난소기능부전 치료제 등을 개발할 계획이다.
그는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회장 시절 회장실 부장과 전략기획팀장을 맡은 ‘삼성맨’ 출신이다. 삼성화재 미국법인 대표 등을 거쳐 2019년 차바이오텍 대표로 선임됐다. 그는 “이 전 회장과 차바이오그룹 창립자(차광렬 글로벌종합연구소장)의 공통점이 있다면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에 장기간 투자했다는 것”이라며 “우리의 산·학·병·연 시스템은 신약을 상업화할 때 엄청난 시너지를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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