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적자 전환한 지식재산권 수지가 올 상반기 흑자로 돌아섰다. 특허권 상표권 등 산업재산권이 10억8000만달러의 적자를 냈지만, K팝 등 한류 콘텐츠 인기에 소프트웨어 수출 호조가 겹치며 저작권이 반기 기준 역대 최대인 15억2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한 덕택이다.
K콘텐츠는 수출에서도 효자다. 콘텐츠 수출액은 2021년 기준 124억5000만달러로 가전제품, 전기자동차, 디스플레이 패널을 추월했다. 간접적인 후광 효과는 훨씬 크다. 한국경제연구원 분석 결과 2017년부터 5년간 K콘텐츠가 주도하는 한류의 생산유발 효과가 37조원에 달하고, 취업유발 효과는 16만 명에 이른다. 이처럼 콘텐츠가 제조업에 이은 새로운 성장동력이자 국가 경쟁력의 핵심 자산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화려한 이면에선 위기감도 감지된다. 한류의 보루인 동남아시아 등에서 K팝 음반 수출이 급감하는 추세다. K드라마, K영화는 넷플릭스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하청기지로 전락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글로벌 콘텐츠 시장은 단순히 기업 간 경쟁이 아니라 생태계 싸움이다. 제작·유통의 글로벌화에 맞춰 인력과 자본, 기술 등 생태계 구축이 시급한 이유다. 그런데 국내 콘텐츠 제작 투자금은 지난해 1조원을 겨우 넘겼다. 미국 8대 미디어그룹이 드라마와 영화 제작에 투자한 136조원에 비하면 새 발의 피 수준이다. 국내 K팝 회사를 모두 합쳐봤자 글로벌 음반·음원 시장 점유율이 2% 미만(매출 기준)에 불과하다. 지속 발전이 가능한 생태계를 키우지 못하면 2027년까지 ‘콘텐츠 4대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정부 약속은 공약(空約)으로 끝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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