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실업률은 낮고, 물가상승률은 둔화하고, 실질 소득은 늘어나고 있다고 바이든 행정부는 주장한다. 모두가 걱정해 온 미국의 경기 침체는 아직도 가시화하지 않았다. 미 중앙은행(Fed)의 긴축(기준금리 인상)은 막바지에 접어들었고, 주택시장도 건재하다. 모든 게 장밋빛이다. 그런데도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유권자 가운데 60%가량이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 정책을 부정적으로 평가한다.
'바이든 경제' 인기 없는 이유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은 미국인들이 자기 개인 재정 상태에는 만족하지만, 경제 전반에는 불만족스러워하는 이유에 주목했다. 그는 이를 우파적 미디어가 제대로 진실을 전달하지 않는 탓으로 돌렸다.하지만 경제 지표와 대중 정서 사이의 괴리를 당파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설명하려는 시도도 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몇 년 동안 소비자 심리와 실제 경제 지표의 괴리가 커졌다고 짚었다. 이코노미스트는 1980~2020년 동안 미국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와 경제 지표의 관계를 분석했다. 2020년 이후부터 경제 지표가 견조한데도 소비자 심리는 싸늘하다는 결과가 도출됐다.
금리가 높을 때 경제와 관련한 대중의 심리가 악화하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18개월 동안 Fed가 기준금리를 5%포인트 인상한 게 미국인들의 심리에 직격탄을 날렸다. 그렇다면 바이든 대통령이 인기 없는 이유는 제롬 파월 Fed 의장이 (기준금리를 인상해) 모기지 금리를 올리고 있어서일까.
이 문제를 잘 설명할 수 있는 더 좋은 표현이 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1992년 대선에서 내세운 유명한 캐치프레이즈인 ‘문제는 경제야, 이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를 인용하자면 ‘문제는 인플레이션이야’다.
물가 못 잡으면 지지율 못 올려
1983년부터 2020년 사이, 특히 1991년 이후에는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완만했다. 하지만 최근 2년 동안에는 인플레이션이 고공 행진했고, 미국인들이 직면한 최우선 문제가 됐다.급격한 물가 상승은 경제심리에 악영향을 미친다. 소비 여력을 떨어뜨린다. 2020년 2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미국의 실질 주급 중간값은 7% 줄었다.
미국 민주당의 주장과는 달리 인플레이션은 여전하다. 1년 전보다 낮긴 하지만 아직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4% 이상이다. 대중 심리가 개선될 때까지 민주당과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최근 30년간 최고치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낮은 지지율은 수수께끼가 아니라 합리적인 결과다.
이 글은 ‘Inflation Will Continue Until Morale Improves’를 한국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