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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 JIP컨소시엄에 팔렸다…몸값 2조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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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일본을 대표하는 전자기업 도시바가 일본 사모펀드(PEF) 운용사와 기업들로 구성된 컨소시엄에 매각된다. 지난 6년간 기업 재편 방안을 놓고 사사건건 대립한 해외 행동주의펀드 주주들과 결별하고 74년 만에 도쿄증시에서 상장폐지된다.
○JIP, 도시바 지분 3분의 2 이상 확보

도시바는 20일 일본산업파트너스(JIP) 컨소시엄이 이날까지 시행한 공개매수에 주주의 3분의 2 이상이 응해 공개매수가 성립됐다고 발표했다. JIP컨소시엄이 확보한 주식 수는 21일 공개한다.

도시바는 작년 10월 회사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JIP컨소시엄을 선정했다. JIP는 지난 8월 8일부터 이날까지 30영업일 동안 도시바 지분의 공개매수를 했다. 주당 인수가격은 4620엔으로 이날 종가(4597엔)보다 높았다.

일본 회사법상 지분 66.7%를 확보한 대주주는 나머지 주주들의 동의 없이도 잔여 지분을 같은 금액에 사들일 수 있다. JIP컨소시엄은 오는 11월 임시주주총회에서 나머지 지분을 인수하기로 결정할 예정이다. 지분 100%를 확보하면 JIP는 도시바를 상장폐지할 계획이다. 도시바가 1949년 도쿄증시에 상장한 지 74년 만이다.

인수가격은 약 2조엔(약 17조9490억원)이다. 애초 JIP는 2조엔대 중반 가격을 제시했는데 인수 작업이 지연되는 동안 도시바의 실적이 악화하면서 인수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JIP컨소시엄에는 10곳 이상의 일본 대기업이 참여했다. 일본 전자부품 제조기업 로옴이 3000억엔, 종합금융그룹 오릭스가 2000억엔, 자동차·전자 부품 회사인 일본특수도업이 500억엔을 출자하기로 했다. 컨소시엄에 참가한 기업들은 발전과 철도 사업 분야에서 도시바와 사업상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작년 9월 말 본입찰에는 JIP컨소시엄 외에 일본 국부펀드인 일본투자공사(JIC)와 글로벌 PEF인 베인캐피털 등이 참여했다. 투자은행(IB)업계는 자금력이 월등한 글로벌 PEF의 우세를 예상했지만 도시바 이사회는 JIP컨소시엄의 손을 들어줬다.

원자력발전소 등 경제안보 관련 사업을 운영하는 도시바가 해외 자본에 넘어가는 것을 우려한 일본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게 IB업계의 진단이다. 자금력이 부족한 JIP에 일본 메가뱅크 세 곳이 1조엔 이상의 인수금융(M&A 자금 대출)을 몰아주는 것도 일본 정부 지원설에 힘이 실리는 부분이다.
○기업가치 개선 후 도쿄증시 재상장
도시바는 양자컴퓨터 시대의 필수기술인 양자암호 관련 특허(104건)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키오시아 지분도 41%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도시바를 인수하려면 일본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일본 PEF인 JIP가 도시바를 인수함에 따라 2016년 샤프가 대만 폭스콘에 매각된 이후 또다시 일본 대표 전자기업이 해외에 팔려나가는 일은 막게 됐다.

도시바는 1960년 일본 최초의 컬러TV, 1985년 세계 최초의 노트북 등을 개발했다. 소니, 파나소닉과 함께 일본을 대표하는 전자기업이다.

2016년 회계부정과 미국 원자력발전 자회사의 대규모 손실로 재무 위기에 빠졌다. 2017년 상장폐지를 면하기 위해 6000억엔 규모 증자를 했다. 이때 증자에 참여해 도시바의 주요 주주가 된 외국계 행동주의펀드들은 임원 선임, 자회사 거래, 배당 정책 등을 놓고 사사건건 도시바 경영진과 대립했다.

재무 위기를 겪은 뒤 도시바는 도시바메모리(현 키오시아)를 베인캐피털과 SK하이닉스 컨소시엄에 매각했다. 해외 원전과 건설 사업부 등 채산성이 떨어지는 사업부도 정리했다.

도시바는 회사 지분 30% 이상을 보유한 외국계 행동주의펀드와의 분쟁을 마무리하기 위해 지난해 회사 분할을 추진했다. 하지만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자 분할안을 철회하고 공개매각 절차를 진행했다. JIP는 도시바의 기업 가치를 끌어올린 뒤 도쿄증시에 재상장할 계획이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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