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클로드 트리셰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사진)는 20일 “높은 부채비율이 한국 경제의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리셰 전 총재는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3년 G20 글로벌 금융안정 콘퍼런스’ 기자회견에서 “고금리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같이 경고했다. 그는 “고금리가 장기화하면 부동산은 신규 구매가 감소할 수밖에 없다”며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높다면 정부가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고 했다.
트리셰 전 총재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심화시킨 것도 부채 과잉이었다”며 “작년 세계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과 민간의 부채 비율은 238%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190%)보다 훨씬 높다”고 지적했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기준 한국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은 101.7%로 세계에서 네 번째로 높다.
글로벌 가치사슬 붕괴와 경제권이 분절화하는 상황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트리셰 전 총재는 “국제 경제는 세계화를 지나 탈세계화 또는 느린 세계화에 들어갔다”며 “세계화 과정에서 수출이 증가하며 성장한 한국에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아시아 지역의 지정학적 갈등도 리스크로 꼽았다. 트리셰 전 총재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곡물 가격 급등 등으로 세계 경제가 높은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다”며 “한국인들은 지정학적 긴장에 익숙하고 두려워하지 않지만 아시아에서도 충분히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지정학적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오일쇼크 때 미국 중앙은행(Fed)은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연 20%대까지 끌어올려야 했다”며 “인플레이션이 한번 통제권을 벗어나면 극단적인 조치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와 중앙은행도 인플레이션 통제를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에 신속히 대응하고 있기 때문에 중기(3~4년) 인플레이션은 (물가상승률) 2%대로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