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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여행갔다 졸지에 범법자로…'함정범죄'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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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을 운영하는 60대 사업가 A씨는 약 10년 전 함께 골프를 즐겼던 지인 박모씨(63)와 지난해 우연한 계기로 연락이 닿았다. 한동안 잊고 지냈던 두 사람은 과거처럼 국내에서 여러 차례 라운딩을 다니며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A씨는 “올여름 동남아시아로 골프모임을 가자”는 박씨의 제안을 의심 없이 받아들였다. 하지만 박씨는 A씨의 돈을 뜯어내기로 마음먹고 지난 4월부터 현지 브로커를 통해 조력자들까지 섭외한 상태였다.

20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국제범죄수사1계는 지난 6월 캄보디아로 골프 여행을 떠난 뒤 현지에서 범죄에 연루돼 경찰에 체포된 것처럼 꾸며 A씨의 돈을 뜯어낸 박씨 등 일당 7명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공갈) 위반 혐의와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검거하고 4명을 구속 송치했다고 발표했다. 경찰은 이들의 범행을 도운 현지 브로커 주모씨(51)에 대해선 인터폴 적색수배를 내렸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A씨를 술집에 데려가 현지 여성과 성매매하도록 유도했다. 이후 브로커를 통해 미리 섭외한 캄보디아 경찰이 일행을 체포하는 것처럼 상황을 꾸며냈다. 박씨 일당은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다”며 A씨에게 100만달러를 요구했다. 이들은 일당 가운데 한 명인 권모씨(57)도 함께 붙잡히도록 한 뒤 돈을 건네주고 먼저 풀려나는 것처럼 연기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감쪽같이 속은 A씨는 ‘체포조’가 제시한 국내 계좌로 약 13억원을 세 차례에 걸쳐 송금했다. 일당은 A씨가 사건의 진위를 의심하자 합의금을 공동 분담하자며 범죄수익금 일부를 돌려주고 피해 신고를 막으려 한 것으로 파악됐다.

캄보디아 경찰도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피해자가 체포 후 인치된 장소가 실제 경찰서인 점 등으로 미뤄 범행 과정에 등장한 현지인이 실제 경찰일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지난 7월 중순 관련 첩보를 입수한 뒤 비행기 탑승 기록과 통화내역 등을 바탕으로 피의자들을 특정했다. 경찰은 “해외 경찰 주재관과 공조해 주씨의 인적 사항을 특정한 상태로 여권 무효화 조치와 인터폴 적색수배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전형적인 ‘셋업(Set up)’ 범죄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셋업 범죄는 범죄를 저지를 의도가 없는 무고한 사람에게 허위로 사실을 조작해 범죄자로 몰아가는 행위다.

경찰 관계자는 “셋업 범죄는 피해자 본인도 범죄에 연루된 것으로 생각해 피해 신고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며 “적극적으로 신고해달라”고 덧붙였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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