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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손 잡아 보릿고개 넘자"…'기업 손님' 찾아나선 B2C 플랫폼 [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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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독서 플랫폼 밀리의서재는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대기업 등 ‘큰손’들에 전자책을 공급하는 기업도서관 서비스를 본격화했다. 서영택 대표는 “올 들어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 이용자 24만 명을 확보했다”며 “계약한 대기업 사용료만으로도 향후 2~3년은 성장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했다.

# 헬스케어 플랫폼 솔닥은 지난달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계도기간 종료 시점에 맞춰 사업 부문을 개편했다. 기업 간 거래(B2B) 신사업인 병원 고객관리 솔루션 ‘솔닥 파트너스’에 역량을 집중해 올해 의료기관 1000곳에 솔닥 솔루션을 공급하는 게 목표다.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를 중심으로 성장해온 플랫폼 스타트업들이 B2B 영역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시장 포화와 출혈경쟁, 정부 규제 등으로 성장세가 주춤해진 상황에서 새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 수익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기업시장’ 노리는 스타트업
20일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명함관리앱 리멤버 운영사인 드라마앤컴퍼니는 최근 1세대 헤드헌팅사인 유니코써치에 투자를 결정했다. 기업 대상으로 인재 채용 솔루션을 제공하는 B2B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다. 기업 선물시장을 겨냥한 ‘선물하기’ 서비스도 새롭게 선보였다. 경조사 선물을 앞세워 B2B 커머스 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과정이다.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로 사용자 200만 명을 확보한 스캐터랩은 소셜AI 구축 솔루션을 제공하는 B2B 신사업에 진출하겠다고 발표했다. B2C 플랫폼에서 제공되던 이루다의 성공 노하우를 집약해 기업에 소셜AI 도입을 컨설팅할 계획이다. 다른 AI 스타트업인 리턴제로도 지난 4월 기업 전용 회의록 서비스를 정식 출시하고 B2B로 사업 무게추를 옮겨 달았다.

B2C 플랫폼으로 이용자를 모으던 스타트업들이 B2B 진출을 통해 수익화를 꾀하는 모습이다. 세탁 플랫폼 런드리고 운영사인 의식주컴퍼니는 호텔과 피트니스센터에 전문 세탁서비스를 제공하는 ‘호텔앤비즈니스’ 사업을 본격화했다. 간편식 플랫폼 윙잇은 소상공인을 위한 식자재 솔루션 ‘윙잇 비즈’를 올해 핵심 신사업으로 선정했다.
포화 시장 벗어나 사업 전환
스타트업들이 자체 수익 모델을 구축하는 게 중요해지면서 장기적인 매출을 확보할 수 있는 B2B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B2C는 이용자를 모으기 위해 대규모 마케팅비를 투입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투자 시장이 경색된 현 상황에선 자금 확보가 쉽지 않다. 투자 활황기엔 무조건 이용자를 많이 모으는 데 신경을 썼다면 이젠 바로 ‘돈을 낼’ 기업 이용자를 확보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온라인 강의 회사인 클래스101과 탈잉은 엔데믹 후 온라인 교육 시장 위축으로 경영 위기를 겪자 B2B 사업으로 타개책을 찾고 있다. 개인 대상 강의뿐만 아니라 기업 임직원 복지 시장에 나선 것이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이들 회사는 B2C에서 이용자를 확보했지만 이 모델만으로 사업을 지속하는 데는 실패한 사례”라며 “B2B는 대규모 수주가 가능하고 일정 기간 매출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탈출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 포화로 사업 모델 전환을 택한 곳도 있다. 명품 유통 플랫폼 구하다는 처음엔 일반 소비자 서비스로 시작했지만 다른 플랫폼들 사이에서 수백억원대 광고비를 투입하는 등 출혈경쟁이 벌어지자 사업 모델을 바꿨다. 유럽 현지의 명품 1차 총판인 부티크 유통망을 뚫어 패션 플랫폼에 물건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투자업계도 ‘러브콜’
벤처 투자사들도 B2B 스타트업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올해 대형 투자는 AI 반도체와 지식재산권(IP) 개발, 기업용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스타트업 등 B2B 영역에 쏠렸다. 디지털 전환이 빨랐던 B2C와 달리 B2B 시장은 아직 많은 영역에서 디지털 전환이 진행 중이다.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전 세계 B2B SaaS 시장 규모는 2018년 857억달러(약 114조원)에서 내년 2323억달러(약 309조원)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들이 외부 서비스를 쓰는 데 거리낌이 없어지면서 다양한 스타트업과 적극적으로 계약을 맺고 있다는 분석이다. 스타트업이 제공하는 임직원 복지 서비스를 활용하거나 업무용 툴의 도움을 받는 식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B2B 시장이 서비스별로 뾰족하게 세분되는 모습”이라고 했다.

과거 진입장벽이 낮은 B2C 영역을 주로 노리던 초기 스타트업들도 처음부터 B2B 시장에 집중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정책 분석 플랫폼 코딧은 B2C와 B2B 모두 가능성을 엿봤지만 최종적으로 B2B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대관 역량이 약한 스타트업과 외국계 기업이 타깃 고객이다. AI 기술로 패션 가상 착용 서비스를 개발한 코디미도 처음엔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준비했지만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쇼핑몰 대상 서비스로 아이템을 바꿨다.
“경험 적은 창업자 불리할 수도”
B2C와 B2B로 구분되던 사업 영역이 더 이상 큰 의미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업 환경이 빠르게 변하는 만큼 상황에 따라 타깃 시장을 자유롭게 옮기고 사업 모델을 다각화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것이란 얘기다. B2C 이용자를 확보한 경험을 B2B 영업에 활용하는 식으로 시너지를 찾는 게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명확한 경쟁력이나 네트워크 없이 처음부터 B2B 시장을 노리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B2B 영업 문턱이 높은 만큼 확실한 제품 경쟁력을 갖추고 전략을 세우지 않으면 시장을 뚫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사회 경험이 적은 창업자일수록 불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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