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9월 20일 10:5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40조에서는 ‘사업자는 계약·협정·결의 또는 그 밖의 어떠한 방법으로도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상품 또는 용역의 가격, 거래조건, 거래량, 거래상대방 또는 거래지역 등을 제한하는 행위)를 할 것을 합의하거나 다른 사업자로 하여금 이를 하도록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여 이른바 담합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이에 위반한 행위에 대하여 공정거래위원회는 시정조치, 과징금, 형사고발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한편 공정거래법 제2조 제4호에서는 ‘일정한 거래분야’란 거래의 객체별·단계별 또는 지역별로 경쟁관계에 있거나 경쟁관계가 성립될 수 있는 분야를 말한다고 하여 관련시장(relevant market)의 개념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실제로 존재하는 시장이 아니라 경쟁법을 적용하기 위한 개념으로서의 시장을 의미한다. 관련시장은 경쟁관계에 있는 상품(용역)의 범위를 가리키는 관련상품시장(relevant product market)과 경쟁관계에 있는 지역을 가리키는 관련지역시장(relevant geographical market)으로 구분되고, 거래단계별이나 일정한 시점을 기준으로 획정될 수도 있다.
담합행위와 관련하여 관련시장을 획정하는 것이 필요한 것인지에 관해서는 논란이 존재하고 있다. 관련시장을 획정하는 것은 경쟁제한성 인정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도구 개념인데, 공동마케팅, 공동생산, 공동구매, 공동연구·개발, 공동표준개발 등과 같은 연성 공동행위와 달리, 가격담합, 산출량담합, 시장분할, 입찰담합과 같은 경성 공동행위의 경우에는 경쟁제한성은 대부분 추정되는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특히 가격담합행위와 관련하여서는 경쟁제한성이 인정되지 않을 특별한 사정이 밝혀지지 않는 한 시장획정의 필요 없이도 담합 인정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견해가 있다.
구 공정거래법(1999. 2. 5. 법률 제581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9조 제1항은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공동행위를 금지한다고 규정하고 있었으나, 1999년 법 개정을 통하여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다음 각 호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변경하여 법문상으로는 ‘일정한 거래분야’ 즉 관련시장을 전제로 하지 않고 있다. 이는 가격담합과 같이 경쟁제한성이 분명한 담합의 경우에는 미국식 당연위법의 원칙(per se illegal)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대법원은 ‘공정거래법에서 정한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먼저 그 전제가 되는 관련시장을 획정하여야 하고, 관련시장을 획정할 때에는 거래대상인 상품의 기능 및 효용의 유사성, 구매자들의 대체가능성에 대한 인식 및 그와 관련한 경영의사 결정형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고 하여 담합행위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관련시장 획정은 필요하다는 입장에 서 있다(대법원 2012. 4. 26. 선고 2010두18703 판결). 이는 우리나라의 공정거래법이 미국식 당연위법의 원칙을 수용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당해 공동행위의 경쟁제한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그 행위로 인하여 경쟁이 제한되는 거래분야를 특정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관련시장이 아주 광범위한 경우에는 합의가 인정되더라도 경쟁제한성, 부당성에 대한 판단을 거쳐서 부당한 공동행위가 부정될 여지도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공정거래법의 체계상 관련시장 개념은 경쟁제한성 판단의 기준이 될 뿐만 아니라, 과징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관련 매출액의 산정에도 고려된다. 위반행위로 인하여 간접적인 영향을 받는 상품의 범위도 결국 관련시장의 범위 내에서 판단되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비록 경쟁제한성이 쉽게 인정되는 경성 공동행위의 경우에도 관련매출액을 확정하여 과징금을 부과하는 경우에는 관련시장의 획정이 필요하다.
관련시장을 획정하는 기준과 관련하여, 공정위 기업결합심사기준에서는 거래대상(상품시장), 거래지역(지역시장)을 판단기준으로 제시하고,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 심사기준에서는 거래대상(상품 또는 용역시장), 거래지역(지역시장), 거래단계, 거래상대방을 판단기준으로 제시하면서 상품 또는 용역시장에서의 일정한 거래분야는 거래되는 특정 상품의 가격이나 용역의 대가가 상당기간 어느 정도 의미있는 수준으로 인상(인하)될 경우 동 상품이나 용역의 대표적 구매자(판매자)가 이에 대응하여 구매(판매)를 전환할 수 있는 상품이나 용역의 집합을 말한다고 밝히고 있다. 특정상품이 동일한 거래분야에 속하는지 여부는 ① 상품의 기능 및 효용의 유사성, ② 상품의 가격의 유사성, ③ 구매자들의 대체가능성에 대한 인식 및 그와 관련한 구매행태, ④ 판매자들의 대체가능성에 대한 인식 및 그와 관련한 경영의사결정 행태, ⑤ 한국표준산업분류, ⑥ 거래단계(제조, 도매, 소매 등), ⑦ 거래상대방을 고려하여 판단한다.
구체적으로는 수요대체가능성, 공급대체가능성을 심사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는데, 수요대체가능성을 양적으로 심사하는 방식으로는 가상의 독점사업자를 전제하고 그가 가격을 인상하였을 때도 여전히 이윤을 얻을 수 있는 최소한의 시장을 찾는 방식(Hypothetical Monopolist Test: HMT)이 대표적이다. 그 중에서도 SSNIP(small but significant non-transitory increase in price)가 가장 일반적이다. 이는 상당한 기간 의미있는 가격인상이 있을 때 사업자가 계속적으로 이윤을 얻을 수 있을지를 살펴서, 만약 이윤을 얻을 수 없다면 경쟁압력이 심한 상태이므로 관련 상품시장을 당해 상품시장으로 한정할 수 없고, 이윤을 얻을 수 있다면 대체가능성이 없는 것이므로 그 상품만의 시장으로 관련상품시장이 획정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수요 또는 공급의 대체가능성과 관련하여 설문조사의 방식의 유용성도 검토될 수 있다.
대법원은 관련 상품에 따른 시장은 일반적으로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시장지배력을 행사하는 것을 억제하여 줄 경쟁관계에 있는 상품들의 범위를 말하는 것으로서, 구체적으로는 거래되는 상품의 가격이 상당기간 어느 정도 의미 있는 수준으로 인상 또는 인하될 경우 그 상품의 대표적 구매자 또는 판매자가 이에 대응하여 구매 또는 판매를 전환할 수 있는 상품의 집합을 의미하고, 그 시장의 범위는 거래에 관련된 상품의 가격, 기능 및 효용의 유사성, 구매자들의 대체가능성에 대한 인식 및 그와 관련한 구매행태는 물론 판매자들의 대체가능성에 대한 인식 및 그와 관련한 경영의사결정 형태, 사회적·경제적으로 인정되는 업종의 동질성 및 유사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하며, 그 외에도 기술발전의 속도, 그 상품의 생산을 위하여 필요한 다른 상품 및 그 상품을 기초로 생산되는 다른 상품에 관한 시장의 상황, 시간적·경제적·법적 측면에서의 대체의 용이성 등도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11. 20. 선고 2002두8626 전원합의체 판결)고 판시하고 있다.
이와 같이 관련시장의 획정은 경쟁제한성의 판단 기준이 될 뿐만 아니라 과징금의 산정에 있어서도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과거의 사례를 보면, 경쟁입찰시장과 수의계약시장, 할부금융시장과 신용카드시장, 유선통신시장과 무선통신시장, 대형할인점이나 백화점과 슈퍼마켓, 신품시장과 중고시장, 프로그램 송출시장과 프로그램 송출서비스시장, 오픈마켓과 종합쇼핑몰 등은 별개의 시장으로 획정되었고, 일반 열연코일시장과 자동차냉연강판용 열연코일시장, 군납우유시장과 일반우유시장, 타이어용 카본블랙시장과 산업고무용 카본블랙시장, 농협에 의한 비료유통시장과 일반 비료유통시장은 하나의 시장으로 획정되었는데, 관련시장의 범위에 따라 경쟁제한성의 판단 및 과징금의 액수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히 담합행위를 비롯하여 공정거래법위반에 대한 과징금의 한도가 상향되고 있는 최근의 경향을 고려할 때, 과징금의 구체적인 액수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관련시장의 범위에 대한 깊은 검토는 점점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i>*변호사, 전 서울고등법원 고법판사. 본고는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이며, 필자가 속한 법률사무소의 공식적인 입장과는 관련이 없습니다.</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