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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만 5000억 빠져 나갔다…자금 이탈에 '초유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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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국내 가치주 펀드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개인들의 자금 유출이 지속되는 와중 연기금마저 투자 자금을 거둬들이고 있다. 테마주·성장주들의 수익률 강세와 비교해 뒤쳐지면서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대표 가치투자 펀드 명가로 꼽히는 신영자산운용마저 흔들리면서 가치주 펀드 시장 자체가 사그라들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신영 대표 펀드에서 자금 줄줄히 이탈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영자산운용에 맡겨둔 기관의 일임자산은 올해초(1월2일) 5541억원에서 지난 15일 294억원으로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달 보험사 자금 약 1400억원이 빠져나갔고 이달 들어서는 국민연금이 약 3000억원을 모두 회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임자산 이탈과 개인 자금 유출이 겹치면서 신영운용의 전체 운용자산(AUM)은 올초 4조 36억원에서 지난 15일 기준 3조3008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경우 성장주 강세, 공모펀드 불황 등이 본격화된 2020년경부터 신영운용에 투자한 자금을 꾸준히 거둬들여왔다"면서 "올해도 국내증시가 반등하는데도 가치주 펀드들은 상대적으로 수익률 약세를 보이자 자금을 모두 뺀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실제 신영운용의 대표 펀드들의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1월2일~9월 18일)에만 1137억원의 자금이 순유출된 '신영벨류고배당' 펀드는 이 기간 14.27%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두자리수 수익률이지만 비교지수(BM)인 코스피 TR지수(코스피+배당수익)가 16.74%를 기록한 점을 고려하면 인덱스보다 뒤쳐진 성과를 보였다는 분석이다.

신영운용의 또 다른 대표 펀드인 '신영 마라톤'에서도 같은 기간 363억원이 빠져나갔는데 이 펀드는 11.76%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비교지수인 코스피TR지수 대비 4.98% 낮은 수치였다. 특히 2차전지 양극재, 반도체 소부장 등 특정 테마와 비교해 수익률이 크게 뒤쳐지면서 개인 투자자 및 연기금의 외면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신영운용의 가치주펀드들의 경우 2차전지 양극재나 반도체 소부장 테마를 거의 담고있지 않다.

다만 가치주 펀드들의 부진은 신영만의 문제는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KCGI코리아1(-284억원), 한국벨류10년투자(-263억원), KB벨류포커스(-117억원), 한국투자중소벨류(-94억원) 등 국내를 대표하는 가치투자 펀드 모두에서 자금유출이 관찰되고 있었다.
○"높은 수수료, 중장기 투자처 다변화에 영향"
가치주 펀드의 위기가 단순 수익률 문제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공모펀드 형식의 가치주 펀드를 대체할 다양한 중장기 투자 상품들이 나타나면서 자금이동이 나타나고 있다는 해석이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가치주 펀드는 안정적인 중장기 투자처를 찾는 투자자들을 위한 상품인데, 이 역할을 최근에는 안정성이 더 높다고 평가받는 미국 인덱스·고배당 ETF 등이 대체하고 있다"며 "1% 넘어가는 수수료도 부담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의 경우에도 운용 성과 뿐 아니라 향후 운용 전략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자금의 추가 투자 및 회수를 결정하는데, 현재의 공모펀드식 가치투자 방식이 적절한 중장기 투자 형태가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가치투자 전략을 취하면서도, 손실이 발생할 때 보수를 받지 않는 등 새로운 유형의 펀드들이 등장하는 것도 기존 가치주 펀드들의 지위를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올해 4월 신규 출시된 'VIP 한국형가치투자 펀드'는 현재까지 다른 가치주펀드들과 유사한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상장 후 지난 18일까지 1420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운용기간 1년을 기준으로 손실이 발생할 경우 보수를 받지 않는 펀드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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