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오픈AI가 ‘챗GPT’라는 대화형 인공지능(AI) 서비스를 내놨다. 같은 해 ‘미드저니’라는 생성형 그림AI도 출시됐다. 끝까지 인간의 영역으로 남아 있으리라 여겼던 예술 분야까지 AI에 침범당하며 세상이 뒤집혔다. 챗GPT는 말하듯이 질문하면 말하듯이 대답을 돌려준다. 미드저니는 내가 원하는 그림을 설명하는 대로 그려준다. 이 정도 ‘커뮤니케이션’과 ‘퍼포먼스’가 가능하다면 신규 직원을 뽑느니 그냥 매달 AI 구독료를 내는 게 낫지 싶을 정도다.
신규 직원을 뽑았을 때 벌어지는 일을 떠올려보자. 최근 시장 동향이나 중구난방으로 흩어져 있는 자료를 스프레드시트에 보기 좋게 정리해서 대시보드로 만들라고 지시하려면 배경 설명도 해야 하고, 며칠이나 걸리고 실수가 있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말이 오가며 혹여 감정이 상하면 풀어야 한다. 그 와중에 신입사원의 업무 능력만큼이나 부족한 자신의 관리 능력을 발견하고 자괴감에 빠지는 일도 부지기수다.
그러나 지금까지 활용 결과를 돌이켜보면 AI는 업무보다는 업무를 공부할 때 더 쓸모가 있다. 어차피 ‘알잘딱깔센’한 결과를 받아 들려면 ‘알잘딱깔센’한 지시가 필요한 건 마찬가지다. 시키는 사람이 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 지시해야 한다는 얘기다. 당장 일을 쳐내야 하는데 컴퓨터를 붙잡고 알잘딱깔센한 지시를 뽑아내려고 애쓸 시간이 없다. 신입을 벗어난 직원은 “아, 그때 그거 있잖아 왜. 스카프 그거, 그 담당자 누구지?”라는 말을 알아듣는다. “왜요?”라고 의도를 파악하기 위한 질문도 해준다. 뒤에서 욕은 할망정.
‘GIGO.’ Garbage-in, Garbage-out이라는 IT(정보기술) 용어다. 컴퓨터는 정직하다. 쓰레기가 들어가면 쓰레기를 산출한다. 내 모자란 이해의 폭 안에서 말해보자면, 영세 기업도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상용화된 AI는 아직 GIGO를 벗어나지 못한 듯하다. 어제 챗GPT에 물어본 질문은 ‘노동시장이 tight하다는 게 사용자 입장에서 만든 용어야?’라든가 ‘특정 조건을 포함한 대출 상환 계산기를 코딩하고 싶은데 공식 좀’ 같은 것들이다. 사람에게 물어보기엔 미묘하게 하찮은 질문들이라 이럴 때 편리하다.
사람에게 사람이 요구하는 ‘편함’은 다른 영역이다. 평소 서로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을 사려 깊게 관찰하고 있어야 제공할 수 있는 편안함 말이다. 내 지시와 의도가 맞지 않는다 싶으면 질문도 한다. 그래서 ‘AI를 사용할래’, ‘AI를 잘 활용하는 인력을 사용할래’라고 물어보면 반드시 후자다. 평범한 사무직에게는 AI의 높은 일자리 대체 가능성보다는 대화와 관계 면에서 점점 역량이 부족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더 뼈아프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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