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유가 안정을 위한 정부 노력을 강화하겠다”며 오는 10월까지로 미룬 유류세 인하 조치의 추가 연장 가능성을 내비쳤다. 유류세 인하는 문재인 정부가 국민 부담을 덜어준다는 명분으로 2021년 11월 시작한 이후 지금껏 다섯 차례 연장을 거듭하며 2년간 지속되고 있다. 휘발유에는 25%, 경유·액화석유가스(LPG)는 37% 내린 세율을 적용 중이다.
물론 최근 치솟는 국제 유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유가는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감산 연장에 리비아 대홍수가 기름을 부으면서 연중 최고치를 뚫었다. 연내 배럴당 100달러 선을 깰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유류세 인하는 고유가 상황이 발생했을 때 정부가 가장 손쉽게 꺼내는 물가와 민생 안정 카드다. 하지만 양날의 검이다. 지난해 유류세 인하에 따른 세수 감소는 5조4000억원에 이른다. 50조원을 넘는 사상 최대의 세수 펑크가 예상되는 올해 재정에 적잖은 부담이다. 더 큰 문제는 유류세 인하를 일상화함으로써 에너지 과소비를 조장한다는 점이다. 에너지 가격의 시장 수급 기능을 약화하기 때문이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한국이 세계적인 에너지 과소비국이 된 데에는 에너지 가격을 정치적으로 억제한 탓이 크다.
무엇보다 내년 4월 총선을 의식한 정책 결정이 잇따르는 모습은 우려스럽다. 유류세 인하 중단은 통상 국제 유가가 내릴 때 해야 한다. 오르는 상황에서 정상화하면 유가 상승분에 세금 인상분까지 기름값에 반영돼 서민들이 체감하는 부담이 배가되기 때문이다. 지난 8월 국제 유가가 안정세를 나타낼 때가 적기였지만 정부는 또다시 연장을 선택했다. 명분은 역시 민생 안정이었지만 이면에 정치 셈법이 작용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올 들어 원가 상승에 크게 못 미치는 전기·가스료 ‘찔끔 인상’이 정치적 결정이라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에너지 가격 상승에도 국내 전기 사용량이 늘어 무역적자가 커지고, 한국전력의 누적 적자가 올해 말 50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악화하는 것은 그 후과다. 국민들은 당장 덜 비싼 에너지를 즐길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은 조삼모사(朝三暮四) 정책이다. 언젠가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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