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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이른바'를 쓰면, 문장의 객관성 높아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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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북한의 열병식은 건군절(2월 8일)과 이른바 전승절(한국전쟁 정전협정기념일·7월 27일)에 이어 올해 들어서만 세 번째다.

나) 북한의 올해 열병식 개최는 지난 2월 8일 75주년 건군절(조선인민군 창건일) 기념 열병식과 7월 27일 73주년 전승절(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일) 기념 열병식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 9일 북한이 정권 수립(9·9절) 75주년을 맞아 열병식을 개최했다는 소식이 우리 언론을 통해 일제히 알려졌다. 가)와 나)는 조금씩 표현이 다르긴 하지만, 얼핏 봐도 동일한 문장이 변형된 형태임을 알 수 있다.
‘이른바’는 ‘남들이 그러는데’라는 뜻
공통된 핵심어를 꼽으면 ‘북한, 올해, 열병식, 건군절, 전승절, 세 번째’ 등으로, 두 문장이 같은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하지만 저널리즘의 눈으로 보면 서로 큰 차이를 보인다. 가)는 저널리즘 언어로 쓰인 데 비해 나)는 저널리즘적이지 않다. 무엇 때문일까? 그것을 가르는 결정적 차이는 ‘이른바’에 있다. 이 말은 저널리즘 언어가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한 여러 장치 중 하나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른바’는 ‘이르다+바’가 결합해 생긴 부사로, 한자어 ‘소위(所謂)’와 같은 말이다. 일상에서 흔히 쓰는 부사어 하나가 더 붙고 안 붙고의 차이지만, 그 결과는 천양지차다. 뉴스 문장을 저널리즘 언어답게 만드는 핵심 요소인 셈이다.

‘이른바’는 어떤 과정을 거쳐 저널리즘의 객관성을 담보해주는 것일까? ‘이른바’는 뉴스 문장 작법의 기본 원칙인 ‘전달 어법’을 구현하는 수단이다. ‘전승절’은 북한에서 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일을 가리키는, 저들의 용어다. 전쟁에서 이겼다는 뜻의 ‘전승절’은 우리에겐 얼토당토않은 말이다. 그래서 북한의 용어임을 나타내는 장치가 필요하다. 이때 쓰이는 게 ‘이른바, 소위, 속칭, 일명’ 같은 표현이다. 이를 통해 글쓴이의 생각이 아니라 남의 얘기를 전하는 것임을 드러내는 것이다. 문장 가)는 ‘이른바’를 붙임으로써 비로소 저널리즘 언어다운 모습을 갖춘 셈이다.
기사문장은 전달어법으로 작성해야
저널리즘 언어가 가치중립적이기 위해서는 전달 어법을 써야 한다. 기자(글쓴이)가 정의하거나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가령 “이 지역 주민 사이엔 그동안 혐오시설인 납골당을 건설하는 데 반대하는 의견이 강했다” 같은 문장을 보자. 얼핏 보면 사실관계를 전하는 문장으로 보인다.

‘비판적 언어 사용’의 관점에서 보면 오류가 눈에 띈다. ‘혐오시설인 납골당’이란 표현은 글쓴이의 판단(‘납골당=혐오시설’)이라 적절치 않다. 사회적으로 공인된 것, 과학적으로 검증된 사실이 아닌 것을 결과적으로 기자가 ‘규정’한 셈이 됐다. 이럴 때는 ‘이른바’를 덧붙여 글쓴이의 생각이 아닌 남의 얘기를 전하는 것임을 드러내야 한다. ‘혐오시설인 납골당’과 ‘이른바 혐오시설인 납골당’은 엄청난 의미상 차이를 갖고 있다.

뉴스 문장에서 전달 어법과 판단 어법은 서술어를 통해서도 구별된다. 예컨대 ‘~으로 보인다/~으로 예상된다/~으로 분석된다/~할 가능성이 크다’ 같은 술어는 기자가 판단하는 표현이다(판단 어법). ‘~이란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식으로 써야 한다. 이럴 때 저널리즘 언어는 전달하는 문장이 된다(전달 어법).

이보다 더 좋은 전달 어법 방식은 주체를 드러내 능동형으로 쓰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으로 분석한다/시장에서는 ~으로 전망한다’처럼 쓰면 취재원을 인용하는 형식이 돼 기사 내용에 기자가 개입하지 않은 문장 형태를 취할 수 있다.

‘~으로 풀이된다’도 흔히 볼 수 있는 서술어다. 이 역시 기자의 해석을 담은 판단 어법이다. ‘~라는 게 전문가들의 풀이다’ 또는 ‘전문가들은 ~라고 설명했다’가 객관적 전달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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