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블록체인 투자사인 해시드(Hashed)가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를 카카오에 팔아 5000억 원 엑시트(투자금 회수)의 성공을 거둔 32세 연쇄창업가의 새 도전을 함께 한다.
15일 블루밍비트는 김서준 해시드 대표(사진)와 개방형 지식재산권(IP) 인프라 '스토리 프로토콜(Story Protocol)'의 공동창업자들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해시드 본사에서 만나 이들이 그리는 블록체인·인공지능 시대 콘텐츠 시장의 혁신과 미래 전망을 들어봤다.
스토리 프로토콜은 연쇄창업가 이승윤 대표가 제이슨 자오(Jason Zhao), 제이슨 레비(Jason Levy) 공동창업자들과 함께 출범한 인터넷과 생성형 인공지능(AI)시대에 맞는 IP 인프라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다. 해시드와 안드레센 호로위츠(a16z)가 첫 라운드를 공동 주도하고 최근 a16z가 다시 시리즈 A를 주도, 5400만 달러(한화 약 720억 원)가 넘는 자금을 조달했다.
투자자로는 글로벌 미디어 기업 엔데버(Endeavor)·삼성넥스트·TPG캐피털 회장 데이빗 본더만, 베르그루엔 홀딩스 회장 니콜라스 베르그루엔, 실리콘밸리 유명 엔젤투자자 찰리 송허스트, 대퍼랩스 최고경영자(CEO) 로함 가레고즐루 등이 참여했다.
스토리 프로토콜, 중개자 없는 'P2P IP 생태계' 만든다
김서준 대표는 해시드의 스토리 프로토콜 최초 투자 집행 배경에 대해 "인터넷이 아직 해결하지 못한 중개자 없는, Peer-to-Peer(피어투피어, 개인간) IP 생태계를 만들어 2차 저작물과 IP에 관한 협업을 자유자재로 가능케 하는 생태계를 만들 수 있는 팀이 스토리 프로토콜이라고 봤다"라고 밝혔다.김 대표는 "비트코인이 P2P 전자화폐와 탈중앙화된 '가치의 저장' 역할을 했고, 이더리움이 탈중앙화된 컴퓨팅 네트워크 레이어 역할을 했다면, 스토리 프로토콜은 IP를 위한 신뢰할 수 있는, 중립적, 개방형 네트워크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블록체인 기술을 담보해주는 신뢰를 기반으로 스토리 프로토콜에 저장된 IP의 소유권을 제3자에게 증명할 필요가 없으며,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법적 절차가 필요 없이 IP 사용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에 비견할만한 비전으로, 중개자가 필요 없는 P2P IP 생태계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유튜브와 틱톡, 인스타그램 등에서 범람하는 '재창작 콘텐츠'들을 예로 들며 1차 창작자를 명확히 알 수 없고, 이들의 저작권이 지켜지지 않는 탓에 보상을 얻을 수 없는 현실의 구조를 해결해야 할 과제로 봤다.
그는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 시대가 오면서 인터넷 상에서 창작되는 콘텐츠의 규모는 더욱 폭발적으로 늘어나는데 반해 저작권 시스템은 전통적인 방식에 머물러 있다"라며 "이 문제를 풀고자 하는 프로젝트가 스토리 프로토콜"이라고 말했다.
스토리 프로토콜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IP 유통 추적부터 개발 및 2차 창작, 라이센싱까지 IP와 관련한 전 과정을 관리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이를 통해 창작자 본인의 저작권을 지키면서 2차 창작물의 재생산에 기여한다. 수익은 원작자와 재창작자 모두 함께 가져갈 수 있는 구조가 된다.
IP 시장의 '깃허브' 목표…네트워크화로 IP 협업 기회 제공
김 대표와 함께 만난 제이슨 자오, 제이슨 레비 스토리 프로토콜 공동창업자(사진)들은 스토리 프로토콜이 창작 IP 시장의 '깃허브(GitHub)'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깃허브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한 오픈소스를 제공하는 웹 서비스로, 2018년 마이크로소프트가 75억 달러에 인수했다.
자오 공동창업자는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글로벌하게 IP를 제공하는 IP 저장소를 만들려고 한다"라며 "IP의 데이터베이스를 온체인화 시켜 다양한 라이센스를 공유하고 결합하며 누구나 중간 매개 없이 다양한 형태의 IP를 창작할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레비 공동창업자는 "인공지능을 통해 콘텐츠가 더욱더 다양해지고 재창작(Remix)되는 가운데 콘텐츠의 범람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라며 "양질의 콘텐츠를 찾기 어려워지며 제작자들은 서로 경쟁하며 소유권을 다투는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스토리 프로토콜은 IP를 네트워크화하고 모두가 일정 소유권을 가져갈 수 있도록 만들 것"이라며 "저작권을 다투는 대신 서로 협업하고 다양한 가능성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김서준 대표는 이들 공동창업자들의 팀워크를 높게 평가했다. 김 대표는 "5년 뒤, 10년 뒤 누군가는 IP 산업에서 폭발중인 파생 저작권과 수익 분배를 투명하게 자동화시키는 도전을 풀어나가야 한다고 봤고, 그걸 해낼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보이는 팀이었다"라며 "미디어, 엔터, 컨슈머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공동창업자들의 기술적 배경 또한 뛰어나다는 점을 주목했다"고 말했다.
이승윤 스토리 프로토콜 공동창업자는 2016년 모바일 북미웹소설 플랫폼 래디쉬(Radish)를 창업한 지 5년 만에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매각했다. 인수 금액은 5000억 원으로 당시 갓 서른을 넘긴 청년 CEO는 단숨에 글로벌 콘텐츠 리더로 급부상했다.
제이슨 자오 공동창업자는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에서 제품 개발 리드(Product Lead)로 근무하면서 최첨단 AI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소비자용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담당했다. 제이슨 레비 공동창업자는 글로벌 IT 기업 애플, 아마존에 몸을 담다 혁신적 스토리텔링 앱으로 평가받는 에피소드(Episode)에서 콘텐츠 총책을 역임했다.
블록체인 기술로 IP 산업 혁신…"해시드 전문성 큰 도움"
김 대표와 공동창업자들은 블록체인이 IP 시장의 혁신을 뒷받침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웹 3.0(Web 3.0) 세계에서 비트코인, 이더리움을 기점으로 무한한 가능성에 도전하는 다양한 앱들이 등장한 가운데 결국 매스어돕션(Mass Adoption, 대중화)을 위해서는 웹2 인프라를 흡수해야 하는데 그 핵심은 콘텐츠라고 본다"라며 "최근 수 년간 블록체인 인프라가 트랜잭션 속도와 비용 등 확장성 문제를 해결하며 성숙해졌고 그 위에 콘텐츠의 생산, 저장, 전송이 가능해지는 시기가 왔다"고 밝혔다.
자오 공동창업자는 "스토리 프로토콜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 확장성을 제공하면서 대중에게 콘텐츠 제작을 위한 다양한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현재 흐름상 블록체인 시장이 메인스트림(주류)으로 오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이들은 현재 콘텐츠 시장은 참여자들의 협의 과정이 표준화되지 않은 가운데 대량 생산이 일어나면서 그 가치가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스토리 프로토콜이 콘텐츠의 가치를 보호하고 확장해주는 대안이 될 것이라고 본 것이다.
김 대표는 "기존 콘텐츠 업계는 계약을 맺기 위해 중간 관계자들을 찾고 거쳐야 하는 탓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만 했다"라며 "콘텐츠 관련 계약, 즉 협의 과정을 블록체인 기술로 컨트랙트화 시킨다면 합법적이고 단순하게 수많은 2차 창작물들이 만들어질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오 공동창업자는 "생성형 인공지능 시대가 열리면서 콘텐츠의 생산 단가가 급감해 0원 수준으로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본다"라며 "앞으로는 콘텐츠 자체보다 명성, 브랜드, 인지도, 진정성 등 요소가 중요해질 것이고 원작자 뿐만 아니라 이를 파생시키는 다양한 기여자들도 함께 가치를 얻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스토리 프로토콜 측은 해시드와의 협업을 통해 프로젝트의 '확장성'에 강점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승윤 공동창업자는 "'해시드는 아시아 최고의 블록체인 전문 투자사 일뿐만 아니라, NFT 시장의 리딩 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더샌드박스, 스카이마비스, 유가랩스 등을 초기에 발굴함으로써 전세계에서 콘텐츠와 블록체인 기술의 접점에서 가장 뛰어난 투자자 중 하나로 꼽힌다"라며 "많은 블록체인 투자자들이 디파이(DeFi, 탈중앙화금융)에만 집중할 때 일찍부터 IP 산업과 블록체인 접점의 회사들을 발굴하고 지원해 온 해시드의 전문성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자오 공동창업자는 "해시드는 크립토(Crypto, 가상자산) 시장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리드하고 있는 곳"이라며 "인사이트 뿐만 아니라 업계와의 네트워크, 전략적 관계를 위해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레비 공동창업자는 "블록체인과 콘텐츠에 대한 전문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해시드로부터 다양한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돼 기쁘다"고 전했다.
이승윤 "스토리 프로토콜, 콘텐츠 창작 생태계 진화시킬 것"
한편 이승윤 공동창업자(사진)는 스토리 프로토콜의 창업 배경에는 콘텐츠 산업 비즈니스 모델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갈증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 공동창업자는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인쇄술부터 인터넷과 생성형 인공지능의 등장에까지 콘텐츠의 확장을 가속화하는 기술적 발전이 있을 때마다 가장 큰 직격탄을 받은 곳은 미디어 산업"이라며 "앞서 광고기반 비즈니스 모델이 무너진 저널리즘 산업의 혁신을 위해 만든 미디어 스타트업 바이라인(Byline), 할리우드식 집단 장착과 모바일 게임의 비지니스 모델을 출판 소설 업계에 이식하는 실험을 한 래디쉬(Radish) 등 두 차례 창업을 통해 기술의 진보에 큰 영향을 받는 콘텐츠 산업을 혁신하고자 했다"고 전했다.
그는 "콘텐츠라는 아웃풋(Output,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제작비, 마케팅비 등 인풋(Input, 비용 투입)을 쏟아 부어 경쟁하는 기존 콘텐츠 산업 구조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싶었다"라며 "그 답은 IP 생산과 유통 과정을 모두 네트워크화 시킬 수 있는 프로토콜(스토리 프로토콜)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생태계가 금융의 혁신하는 수 많은 개발자들과 창업자들을 유입시켰다면, 스토리 프로토콜을 통해 콘텐츠와 미디어를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혁신하는 수 많은 창업자들을 유입시키고, 그들이 인터넷의 창작 생태계를 한 단계 진화시킬 수 있드록 지원하는 인프라이자 개발자 플랫폼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덧붙였다.
양한나 블루밍비트 기자 sheep@bloomingbit.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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