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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프리즘] 한국 반도체, 골든타임이 끝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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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한국보다 현재의 중국이 훨씬 유리하다. 자본, 기술, 인프라 모든 점에서 한국보다 앞서 있다. 경종을 울려달라.”

국내 최고 권위의 반도체 전문가 A씨는 “한국은 자만에 빠져 혁신을 잃고 있다”며 익명으로 이렇게 요청했다. 최근 중국이 7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반도체 기술을 확보한 것에 대한 평가가 냉소적으로 바뀌자 강한 경계와 우려를 표시했다.

지난달 말 중국 화웨이가 5세대 스마트폰 ‘메이트60 프로’를 내놓자 시장은 충격에 빠졌다.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스(AP)를 뜯어본 결과 7나노 공정에서 생산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국내외에서는 “중국이 반도체 굴기에 성공했다. 3년간에 걸친 대중 규제가 무력화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후 중국의 7나노 양산은 놀랍긴 하지만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는 쪽으로 분위기가 기울고 있다. 아직 4~5년의 기술 격차가 있을 뿐 아니라 미국의 강력한 제재를 부르는 제발 찍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실제 그러한가. 한국의 반도체 기술을 이끈 1세대 기업인 A씨는 격앙된 어조로 반박했다. 한국이 반도체를 시작할 당시로 돌아가 보자. 1983년 삼성전자가 무수한 반대를 무릅쓰고 반도체 양산에 도전했을 때 자본, 기술, 인프라 중 가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창업자의 열정과 리더십이 유일한 돌파구였다.

반면 지금 중국은 한국에 없던 세 가지 모두에 더해 시장이라는 확실한 우군까지 갖고 있다. 비용이 많이 들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를 받아들일 수요처가 확보돼 있다. 이번에 화웨이 스마트폰에 들어간 7나노 AP를 만든 SMIC는 중국 파운드리업계의 희망으로 불린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자국 업계의 밀어주기가 강력한 힘을 발휘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의 대중 제재가 더욱 힘을 발휘할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완전한 오판”이라고 했다. 중국은 미국이 제재하기 이전인 2021년 기준 반도체 수출 2위, 수입 1위 국가였다. 자체 산업 생태계를 갖추고 2000년 이후 20년 넘게 제조 기반을 강화해왔다.

중국이 7나노 이상의 공정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선 극자외선 노광장비(EUV)가 필요하다는 분석에도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단언했다. EUV 전 단계인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를 통해 초미세 공정의 ‘끝판’을 이미 본 만큼 장벽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도체 현장 전문가들은 “핵심은 중국의 추격 속도가 아니라 한국의 자만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다시 과거로 돌아가 보자. 삼성이 메모리 반도체를 시작할 때 전 세계가 비웃었지만 10년 만에 1위를 달성했다. 배경에는 반도체 독립을 위한 엔지니어들의 강력한 의지가 원동력이 됐다. 중국 화웨이 인력의 절반이 연구개발(R&D)을 맡고 있다. 줄잡아 20만 명에 이른다. 중국 최고의 인재가 모인다는 베이징대, 칭화대의 집적회로학원(반도체 대학원)에는 ‘조국의 마이크로전자 사업에 새로운 공헌을 만들어내는 데 이바지하자’는 글귀가 적힌 액자가 걸려 있다.

일본이 한국에 반도체 패권을 빼앗긴 이유가 뭘까. 객관적인 조건만 놓고 보면 한국이 결코 넘어설 수 없었다. 하지만 한국은 반도체 자립 의지로 무장했고, 일본에는 세계 최고라는 자만심만 있었다. 지금 우리는 어떤가. “과거의 일본보다 지금의 한국이 훨씬 안 좋다. 한국이 일본을 추월한 것보다 더 빨리 중국이 우리를 넘어설 것이다.” 반도체산업 1세대 기업인들의 우려다.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다. 한국 반도체산업의 골든타임이 끝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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