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계부채 관리 차원에서 대출 문턱을 높이기로 하면서 부동산 매수세가 한풀 꺾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특례보금자리론 운영 종료 등은 예측이 가능했던 만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시각도 있다.
1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오는 27일부터 부부합산 연소득이 1억원을 넘거나 주택 가격이 6억원을 초과하는 경우엔 특례보금자리론을 이용할 수 없다. 또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받더라도 상환능력을 명백히 입증하지 않으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때 최대 40년 만기를 적용한다. 만기가 줄어 매월 내야 하는 원리금 몫이 커지면 대출 한도가 줄어들게 된다.
올해 전국 집값이 반등한 데는 정부가 지난 1월 출시한 특례보금자리론 효과가 한몫했다. 특례보금자리론은 9억원 이하 주택에 최대 5억원까지 연 4%대 고정금리로 대출을 내주는 정책금융상품이다. 시중은행 주담대에 비해 금리가 저렴하고 DSR에 포함되지 않는 장점도 있어 20~30대를 중심으로 특례보금자리론을 받아 내 집 마련에 나서는 이용자가 늘었다. 50년 주담대도 최근 DSR 규제를 우회해 대출을 최대한 많이 받아내는 수단으로 인기를 끌었다.
물론 연봉이 1억원 이하면서 주택 가격이 6억원 이하라면 특례보금자리론을 계속 이용할 수 있고, 상환능력을 입증한 20~30대라면 50년 만기 주담대를 여전히 받을 수 있다.
서울 아파트값은 17주째 상승 중이지만 거래가 좀처럼 붙지 않고 매물이 쌓이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5월 3427건에서 6월 3848건으로 늘었다가 7월엔 3593건으로 다시 감소했다. 금리 불확실성이 남아 있고 호가 상승 여파로 매수자의 관망세가 짙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대출을 죄는 방식으로 “무리해서 집 사지 말라”는 시그널을 보내면서 주택 매매심리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이번 대출 억제 정책이 의미 있는 효과를 내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대출이 조금 어려워지긴 했지만 올초 규제지역 해제 영향으로 서울 대부분 지역에서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수할 수 있게 됐다”며 “최근 거래량이 감소한 것도 여름 비수기 영향이 있을 수 있는 만큼 가을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결혼이나 이사 등이 활발한 가을엔 전세와 주택 매수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 윤수민 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도 “특례보금자리론은 출시 때부터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로 예정돼 상당수 수요자는 이미 받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