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친해요. 밥도 먹었어요."
LG전자 A팀장은 대학 동기인 삼성전자 B부장과의 관계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러더니 과거 유럽 가전박람회 'IFA' 출장 때 만나 함께 찍은 사진도 보여줬다. 사진 속 두 사람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가전업계 숙적' 삼성·LG 관계는 이들처럼 평행선을 달려왔다.
하지만 최근 TV 사업에서 이례적으로 손을 잡았다. 삼성전자가 최근 LG디스플레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을 탑재한 TV를 생산한 것이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TV 합작품을 북미에 선보이는 것은 물론 유럽 시장에도 출시한다. 미심쩍은 외부 시선에도 보란 듯 새로운 합작품을 내놓으면서 동맹을 과시하고 있다.
13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LG디스플레이 패널을 심은 기존 83인치 4K OLED TV를 미국에 이어 유럽에도 선보인다. 삼성전자 포르투갈 법인이 홈페이지에 이 제품을 공개하는 등 '판매 초읽기'에 들어선 것이다. 이 제품은 IFA 2023 삼성전자 전시장에서 잠시 선보이기도 했다.
이들 TV는 처음으로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가 아닌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을 탑재해 생산한 제품으로 주목받았다. 삼성전자는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조달하는 OLED 물량 부족분이 커지자 이를 메우기 위해 LG디스플레이와 손을 잡았다. 여기에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 품질과 생산수율(전체 생산품 중 양품의 비율)이 세계 정상급이라는 점도 고려했다.
삼성전자가 조만간 LG디스플레이 패널을 탑재한 77인치 4K OLED TV를 출시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업계와 증권가는 LG디스플레이가 올해 삼성전자에 납품하는 OLED 패널을 15만장으로 추산했다. 내년에는 납품 규모가 120만~150만장으로 큰 폭 뜀박질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OLED 동맹은 더 단단해질 전망이다. 북미와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70인치 이상 대형 OLED TV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어서다. 시장조사업체인 옴디아에 따르면 북미·유럽의 70인치 이상 OLED TV 판매량은 올해 70만8200대에서 내년 91만1600대로 불어날 전망이다. 2027년에는 107만7700대로 폭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LG디스플레이는 80인치 이상 OLED TV 패널을 안정적으로 대량 양산할 수 있는 유일한 업체로 꼽힌다. 그만큼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 TV 패널 조달을 늘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