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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규 감독 "'1947 보스톤' 개봉, 이렇게 미뤄질 줄 몰랐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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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 블록버스터의 시작을 꼽는다면 많은 사람이 주저 없이 '쉬리'와 '태극기 휘말리며'를 꼽을 것이다. 시원시원한 액션, 다양한 볼거리와 개성 있는 캐릭터들의 서사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면서 1000만 관객 시대를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제규 감독은 이 두 영화를 만든 사람이었다. 오는 27일 개봉하는 영화 '1947 보스톤'은 그런 강제규 감독이 2015년 영화 '장수상회' 이후 8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보았다.

2019년 첫 촬영을 시작해 2020년 1월 마무리했지만, 코로나19 시기를 겪으면서 개봉이 연기됐고 여기에 주연 배우 배성우의 음주운전까지 겹치면서 '1947 보스톤'은 3년 만에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됐다. 강제규 감독은 "2021년 구정 개봉을 목표로 작업했던 작품이었는데, 저도 이렇게 미뤄질 줄 몰랐다"면서 "그 시간 동안 편집실과 녹음실을 오가며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했다"면서 웃음 지었다.

"그 시기 영화를 만들고 했던 감독, 연기자, 스태프 모두 같은 입장 아니었나 싶어요. 답답하고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그래도 시간의 여유가 많으니 편집실에 자주 가고, 사람들도 더 보여주고, 이런저런 대화도 했어요. 처음엔 너무 답답했지만, 저에겐 작품의 내실을 다지는 시간이었습니다."

'1947 보스톤'은 1947년 미국 보스턴에서 개최된 국제 마라톤 대회에 최초로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한 서윤복 선수와 코치 남승룡, 감독 손기정의 이야기를 담았다. 강제규 감독은 "일장기를 달고 달려 울분에 차 있던 사람들이 광복 이후 후배들을 키우려 했고, 우리의 태극마크를 달고 도전한다는 로그라인 자체가 제가 관객이라도 '국뽕'에 '신파'라고 느낄 거 같다"며 "이걸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가 숙제였다"고 영화를 만드는 내내 고민했던 지점을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픽션이면 극적인 상황, 조미료 섞고, 반전을 주고 할 텐데, 그럴 순 없으니까, 그래서 굉장히 제한적이고 한계가 많았다"며 "탈출구는 적은데 해결해야 할 건 많았다. 그래서 자꾸 주변에 '거북하니?' '과했니?' 질문했다"고 전했다.

"이렇게 많이 블라인드 테스트를 한 적이 없었어요. 요즘 관객들에게 저희 영화의 콘셉트가 얼마만큼 통할 수 있을지, 동화될 수 있을지가 궁금했어요. 관심이 있어야 (극장에 가서) 볼 거 아니겠어요. 그래서 얘기를 듣고 생략된 부분도 있어요. 이분들이 미국에 갈 땐 항공으로 5일, 돌아올 땐 배를 타고 15일이 걸렸는데 이런 여정들과 관련해 드라마틱한 이야기도 많았어요. 특히 경유지였던 하와이는 교민들이 여권 문제도 해결해주고, 여러 뭉클한 지점이 있었거든요. 당시엔 본토까지 가는 여권, 하와이까지 가는 여권이 따로 있었어요. 그런데 앞서 서울에서 모금이나 이런 부분에서 비슷한 장면들이 있었고, '빼보자'는 의견이 나와서 빼고 블라인드 시사회를 했는데 반응이 더 좋았어요. 그게 며칠 전까지의 버전이었어요."

극의 주인공이 되는 3명의 주요 인물 중 가장 오랫동안 생존했던 서윤복 선수도 강제규 감독이 시나리오 원문을 받기 1년 전인 2017년 사망했다. 강제규 감독은 "제가 1년만 더 일찍 시나리오를 받았다면, 작업할 때 큰 도움이 됐을 것 같아서 너무 안타까웠다"면서도 "유족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듣고, 조율하면서 작업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세분 모두 훌륭하지만, 후손들이 봤을 땐 '우리 할아버지가 그래도 가장 훌륭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 않겠어요.(웃음) 이런 걸 조율하는 단계들이 쉽진 않았어요. 그래도 다들 만족하셨던 거 같아요. 캐스팅이 공개됐을 때도 다들 좋아하셨어요. 특히 손기정 재단 분들이 보시기에 하정우 배우는 '우리 할아버지와 이렇게 닮았다고' 하실 정도라. 다른 배우들에 대해서도 이견이 없었죠."

시나리오 작업을 마무리하고, 캐스팅까지 마쳤지만, 촬영 역시 순탄하게 흘러가진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당시 보스턴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호주 멜버른 인근 도시를 발견했지만, 당시 대형 산불로 "바람이 불면 동물들이 타는 냄새가 엄청났고,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재가 날렸다"고 강제규 감독은 전했다.

결국 '바람아 제발 살려달라'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일기예보를 확인했고, 강제규 감독의 마음이 통했는지 촬영이 진행된 2주 동안 "한 번 정도만 우리 쪽으로 바람이 불고, 나머지는 반대 방향으로 불어 생각했던 샷을 얻어낼 수 있었다"고.

개봉이 밀리는 것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배성우에 대해서도 "저도 처음 겪는 상황이라 주변 사람들에게 많이 물어봤다"며 "내부적인 아픔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강제규 감독은 "배성우 배우와는 제작보고회가 있기 전에도 통화했다"며 "죄송하다고 하는데, 후반작업을 할 때 많은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걸 개봉하지 않을 순 없지 않나"라며 "제가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편집이나 이런 것들을 해서 마무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영화가 좀 더 나은 삶을 살려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는 바람을 전했다.

"요즘 각박하고 모두가 힘든 상황이잖아요. 교육 문제도 있고. 결국은 행복하고 즐겁게 삶을 향유하는 것이 인간의 기본적인 가치 아닌가요? 우리의 역사를 알고, 관심을 가진다면 좀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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