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했지만 미국의 통화 긴축이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 속에 대출금리도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 지난 6월까지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을 중심으로 연 3%대까지 떨어졌던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연 4%를 웃돌고 있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평균 금리도 연 4%대 중반 수준까지 올랐다. 자산 시장에 뛰어든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족’과 ‘빚투(빚내서 투자)족’의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주요 은행 자산관리(PB) 전문가들은 연말까지 시장금리 상승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치인 2%를 웃도는 만큼 긴축적 통화정책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출 요건을 살펴보고 고정금리 대출로 전환을 고려하거나, 이자만 상환하고 있다면 원금 일부와 이자를 동시에 갚도록 해 상환 부담을 조금씩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주담대 고정금리 전환
주담대는 6개월마다 금리가 변하는 변동형과 5년간 금리가 변하지 않는 고정형(혼합형) 상품 중 고정형에 가입하는 게 좋다. 은행권의 전체 주담대에서 고정형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달 85%를 웃돌았다. 금리가 내려가던 지난 6월 80% 밑으로 떨어졌던 고정형 주담대 비중이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증가세로 돌아섰다.주담대 금리는 시장금리에 민감하다. 고정형은 금융채 5년물 금리, 변동형은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에 연동된다. 5년 만기 금융채(AAA·무보증) 금리는 지난달 22일 연 4.412%까지 뛰어 올 3월 초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신규 코픽스도 4월 3.44%로 저점을 찍고 반등해 7월에는 3.69%까지 올랐다.
변동형 주담대를 받았더라도 고정형으로 갈아탈 수 있다. 대출받은 지 3년이 지나지 않았다면 갈아탈 때 중도상환수수료를 내야 한다. 이럴 경우 같은 은행에서 금리 조건만 바꾸면 중도상환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다만 대출을 갈아탈 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새롭게 산정하는 만큼 대출 한도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은 변동금리가 대부분인 만큼 금리 흐름을 지속적으로 살피는 게 좋다. 5대 은행의 신용대출(1등급·1년 기준) 금리는 연 6%에 육박한 상태다. 앞으로도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등을 여러 건 이용하고 있다면 대환 제도를 활용해 대출을 한곳으로 집중하는 게 좋다.
금리 상승기에 새로 신용대출을 받아야 한다면 고정금리가 유리하다. 다만 무조건 고정금리를 선택하지 말고 예상 상환 기간을 따져보라는 조언이 많다. 대출을 장기간 이용할 계획이라면 고정금리로, 1년 이내 단기자금 조달이 목적이라면 변동금리로 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는 얘기다. 변동금리를 선택했다면 금리 변동 주기는 길게 잡는 것이 정석이다.
○대출 비교 핀테크도 활용
대출 이후에도 금리 조건을 계속 살펴봐야 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출받을 때만 금리에 민감하고, 정작 대출이 나온 뒤에는 금리나 조건의 변화를 확인하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대출 비교 서비스 등을 활용해 상환 계획을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개인 신용대출은 지난 5월 31일부터 영업점 방문 없이 대환대출 플랫폼에서 갈아탈 수 있는 만큼 금리를 비교해보는 게 좋다. 시중은행 가운데선 신한은행이 여러 금융회사의 대출부터 예·적금 상품까지 비교할 수 있는 서비스를 모바일 뱅킹 앱 쏠(SOL)에 선보였다. 우리은행은 다음달 6일까지 신용대출 갈아타기 이벤트를 한다. 우리은행 신용대출을 1000만원 이상 실행해 다른 금융사 대출을 상환하는 고객이 대상이다. 대출액의 0.1%에 해당하는 금액과 고객이 부담한 인지세 금액을 포함해 최대 10만원까지 캐시백 혜택을 준다.
토스와 카카오페이 핀다 등 핀테크 앱의 대출 비교 서비스를 활용하면 은행 창구를 돌아다닐 필요 없이 스마트폰 앱으로 ‘최저가 검색’하듯 대출 상품을 알아볼 수 있다. 다만 커버리지가 넓지 않아 비교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1금융권 대출만 고집하는 소비자라면 온라인 비교는 물론이고 직접 은행 앱에 들어가 금리 등 대출 조건을 따져보는 게 바람직하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