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단식 12일째를 맞았다. 건강상 이유로 검찰 조사가 원활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가운데, 단식이 수사에 지장을 주지 않을 것이라던 이 대표는 단식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뜻을 재차 밝히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을 받는 이 대표는 지난 9일 오전 10시 30분부터 피의자 조사를 위해 출석한 수원지검에서 약 8시간 만에 건강상의 이유로 조사를 더 이상 받지 않겠다고 요구했다. 이에 수사를 중단한 검찰은 앞서 이 대표 측에서 출석하겠다고 밝힌 오는 12일에 다시 출석할 것을 요청했으나, 이 대표 측은 "일정이 생겨 출석이 어렵다. 추후에 다시 일정을 정하자"며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대표와 소환 조사 일정을 놓고 연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수원지검은 이 대표가 윤석열 정부 규탄 '촛불 문화제' 참석 등으로 출석을 거부한 지난 4일 입장문을 내고 "이 대표의 단식으로 피의자 조사에 지장이 초래되고 있다"며 "현재 진행되는 수사와 재판 및 국회 일정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향후 형사사법 절차를 진행할 것이며, 일반적인 피의자 출석과 조사에 관한 절차에 응해줄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했다.
당초 이 대표는 무기한 단식 투쟁에 돌입한다고 밝힌 기자회견에서 단식이 검찰의 소환 조사에 지장을 주지 않겠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전혀 (단식의) 지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장기간 단식을 통해 건강이 나빠질 경우 조사가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명분 없는 단식을 통한 수사 방해"라며 "개인 비리로 조사를 받고 있으면서 막무가내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단식을 아직 중단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지난 10일 국회 본청 앞 단식 투쟁 천막에서 체력적 한계를 호소하며 자리를 깔고 누웠다. 그는 같은 당 의원들이 격려 방문하자 "어젯밤에 고기 굽는 꿈을 꿨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낙연 전 대표도 "단식을 거둬달라"고 했지만, 이 대표는 "아직은 견딜 만하다"고 중단할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그는 지난 9일 검찰 조사를 마치고 나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내용으로 범죄를 조작해 보겠다는 정치 검찰에 연민을 느낀다"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