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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배터리 회사 궈시안(고션 하이테크)이 미국에 20억 달러 규모의 전기자동차 배터리 제조 공장을 설립한다고 블룸버그통신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궈시안은 미국 정부의 승인 아래 1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리튬이온 배터리팩과 40GWh규모의 리튬이온 배터리 셀 생산 공장을 일리노이주 만테노에 짓기로 했다. 궈시안은 내년부터 배터리 공급을 시작할 계획으로 생산물량은 북미 고객사에 납품될 예정이다. 궈시안은 작년 12월 미국 완성차 업체와 2028년까지 총 200GWh의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일리노이주는 이번 배터리 공장 프로젝트와 관련해 궈시안에 5억3600만 달러의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향후 30년 동안 2억1300만 달러의 세금 감면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J.B 프리츠커 일로노이주지사는 지난 8일 성명을 내고 "궈시안의 새 공장이 26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며 "일리노이주에서 수십년만에 가장 중요한 신규 제조업 투자"라고 말했다.
궈시안은 미시간주 빅 래피즈에도 24억 달러 규모의 공장 설립을 추진중이다. 이에 미국 일각에선 궈시안의 미국 진출을 막아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중국 기업이 미국의 핵심 산업에 직접 진출하는 것은 안보위협이 될 수 있고, 중국을 배터리 공급망에서 배제하려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취지에도 어긋난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미국 재무부 산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는 지난 6월 궈시안의 빅 래피즈 지역 공장 부지 매입은 국방물자생산법(DPA)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사실상 궈시안의 미국 진출을 허용한 셈이다.
궈시안은 전기차 배터리 생산 물량 기준 세계 8위 업체로 세계 시장 공략을 위해 중국 색채 지우기에 나서고 있다. 창업자도 중국인이고 중국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현재 궈시안의 최대주주는 2021년 26%의 지분을 매입한 독일 자동차회사 폴크스바겐이다. 또 중국이 아닌 스위스에 상장하는 등 대외적으로 "중국 기업이 아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IRA 규정을 우회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평가다. IRA에는 중국을 포함한 ‘해외 우려 집단이 지배하는 기업’의 배터리를 쓰면 안된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만약 미국이 향후 발표할 예정인 IRA 세부 규정에서 중국 자본이 최대주주인 회사로 중국기업을 한정할 경우 궈시안은 이 규정을 회피할 수 있다.
이에 미국이 자국 전기차 산업 발전을 위해 중국에 미국 진출의 우회로를 열어주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미국 전기차 산업의 성장을 위해선 중국이 주력으로 생산하는 저가형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난 2월 포드와 중국 배터리 회사 CATL이 35억달러 규모의 미국 내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지적이다. 포드는 공장의 지분을 모두 소유하는 대신 CATL에 라이선스 비용을 지급해 규제를 피하는 방식을 택했다.
베이징=이지훈 특파원